퇴사 후, 백수 기간 4개월 동안 내가 얻은 것

5년간 씨를 뿌려 사람을 수확하다.

by 에세이 작가 훈


2025년 5월 13일, 5년간 다닌 정든 회사를 나온 날이다. 현재 9월 중순, 퇴사하고 약 4개월 정도 지났다. 오랫동안 다닌 곳을 그만둔 이유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악화와 번아웃이었다. 번아웃의 원인은 동료와의 트러블이었다.


나는 근무시간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명의 동료는 근무시간 동안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거나 중요 업무보다는 굳이 필요 없는 업무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화로 풀어보려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스트레스가 쌓였고, 최종 퇴사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모든 동료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었다. 대부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퇴사할 때 계속 고민했던 것도 다수 동료와 좋은 관계였었고, 좋은 기억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직장 동료들과 친해진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입사 후 일만 열심히 하고, 직장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굳이 어울릴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 일부 사람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나와 맞지 않은 걸 느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용기를 내어 동료들과 가까워져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먼저 다가가 마음 터 놓고 얘기를 했다. 일하면서 생긴 오해도 풀고, 각자의 성격을 더 깊게 알아갔다. 그 이후로는 서로 맞춰가며 의지하고, 가장 가까운 동료 사이가 되었다. 1~2명의 동료에서 시작해 다른 동료들과도 얘기를 나누다 보니 6~7명으로 늘어났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두 달에 한번 다 모여서 회포를 풀었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혼자 삭히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나누고 풀 수 있게 되었다.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면서 업무를 할 때에도 의견 충돌 없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캐미가 좋은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겁이 났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동료와의 관계가 깨질까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나의 주변을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이다. 일을 그만둔 현재 전 직장 동료들과 더 자주 모임을 갖고 있다. 한 달에 최소 한번, 많으면 2,3번까지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고마운 건 유일한 퇴사자인 나를 계속 불러주는 것이다.



만날때 마다 항상 나를 즐겁고 현실을 잊게 해준 동료들과의 모임장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점점 내가 잊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나를 아직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대해준다. 모임 동료 중 한 명이 5월 말에 집들이를 했다. 아무래도 현재 근무 중인 동료들만 모일 줄 알았다. 내 생각과 다르게 집들이에 초대해 주었다.


선물을 가지고 초대받은 집으로 갔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을 나와한 잔을 더 마시기 위해 2차를 갔다.

2차에서 초대한 동료에게 물어봤다.

“왜 저를 집들이에 초대하셨어요?”


동료는 대답했다.

“저는 퇴사하더라도 계속 같이 보고 싶어서요.”

대답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퇴사 후 멀어질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나를 동료 그 이상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항상 스스로 인복이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퇴사 후에 전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니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상상 이상으로 나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처음에 전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다가가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이가 좋아졌다. 앞으로도 살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그렇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전 직장에서 했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다가가 진심을 나누면 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은 인복이 생기는 하나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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