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난 생일 선물로 짜장면을 받았다.

by 에세이 작가 훈


현재 40대 초반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음식 종류 중 눈으로 봤을 때 혐오스럽거나 비위가 상하는 음식을 싫어한다. 좋아하는 건 고기, 밀가루 음식이다. 특히 고기는 돼지고기 삼겹살, 밀가루에선 면과 만두를 좋아한다.


이중 면 요리를 가장 좋아한다. 면은 쉽게 요리도 가능하고, 가볍게 후루룩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짜장면, 짬뽕, 라면, 우동, 잔치국수 등 수많은 면 요리를 즐겨 먹는다. 이중에 짜장면은 일주일에 5일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내가 짜장면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가끔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 항상 집밥만 먹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외식이나 배달은 부자여야만 가능한 줄 알았다.


늘 집밥만 먹었던 나도 1년에 한 번만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건 바로 생일이었다. 생일 땐 아버지께서 무조건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셨다. 매년 딱 한 번 있는 생일을 기다리면서 살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날인만큼 꼭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삼겹살, 치킨, 짜장면 등 너무 많은 음식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게 곤욕이었다.



어린 내가 1년동안 그토록 기다렸던 소중한 짜장면



그럼에도 생일 때마다 항상 짜장면을 말했다. 이유는 TV에서 짜장면을 먹는 모습도 부러웠고, 평소 집에서 라면을 끓여 주셨을 때 짜장라면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이다. 짜장라면이 이 정도로 맛있는데 짜장면은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짜장면을 먹을 생각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우사인 볼트가 된 듯 엄청 빠르게 뛰어 집으로 갔다.


저녁이 되면 생일선물로 음식을 사주셨다. 탕수육 없이 오로지 짜장면 아니면 짬뽕만 식구 수대로 배달을 시켜서 먹었다. 오늘 아니면 내년에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곱빼기로 시켰다. 짜장면을 주문하고 배달이 오기까지의 시간은 체감상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다.


짜장면이 배달되면 식구 중에 가장 늦게 먹었다. 소중한 짜장면이 빨리 없어지는 게 싫었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싶었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짜장면의 첫맛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맛있다’ 표현으로 끝났다. 다른 묘사가 필요 없었다. 평소 먹던 짜장라면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양이 줄어드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짜장면을 다 먹고 나면 물도 제대로 안 마셨다. 그만큼 짜장면이 소화되는 게 싫었다. 내가 짜장면을 아껴 먹고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본 어머니는 본인의 짜장면을 덜어 주셨다. 그러면 반 그릇 정도까지 채워진 짜장면을 다시 천천히 먹었다. 어찌 보면 어머니의 생일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도 더 드시고 싶으셨을 텐데 아들한테 큰 선물을 주신 것이다.


이후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입학부터는 용돈이 많이 늘었다. 아르바이트도 해서 늘어난 수입에 생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먹고 싶을 때마다 짜장면을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땐 몰랐지만 성인이 되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맘껏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20대 후반, 충북 제천 본가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독립을 하고 취업을 하였다. 취업 후 처음으로 사 먹은 건 역시 짜장면이었다. 자그마치 일주일에 3,4일을 사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질리는지 않는지 물어봤지만 하나도 질리지 않았다. 40살이 된 지금도 일주일에 2번 정도 먹는다. 심지어 짜장면을 먹으러 마라도까지 찾아갈 정도로 계속 좋아하고 있다.






짜장면은 누군가에겐 평범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음식이다. 어릴 적 처음 먹었을 때 간절히 기다리던 시간의 설렘, 본인도 좋아하는 짜장면을 반이나 덜어 선물을 준 어머니, 생일에는 아낌없이 먹고 싶은 걸 사주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짜장면이 간직하고 있다.


취업 후 먹고 싶을 만큼 사 먹었을 때 난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짜장면을 자주 찾게 된다. 어릴 때의 따뜻한 추억이 떠오르고, 짜장면과 함께 성장한 내가 실감 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짜장면을 먹으며 짭짤하고 고소한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