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었던 야구가 삶으로 바뀐 이유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었다가 지금은 삶의 원동력이 된 것

by 에세이 작가 훈

나는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했을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렴풋이 초등학교 때였던 거 같다.

원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었다.

매일 친구들과 방과 후에는 바로 운동장에 모여 몇 시간씩 공을 찰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그 당시 나한테 스포츠는 축구가 전부였다.


내 최애 스포츠인 축구가 야구로 바뀐 건 1994년이다.

우연히 집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축구 경기 중계가 아닌 야구 중계를 보게 되었다.

엘지와 다른 팀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경기에서 엘지 서용빈, 김재현, 유지현 세명의 선수가 공을 치고,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에 빠져 들었다.

이 경기를 계기로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야구에 빠짐과 동시에 엘지 트윈스라는 팀의 팬이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야구의 인기는 내 주변에서 적었다.

주변 친구들한텐 늘 축구가 최고였다.

그래서 공감해 줄 친구 없이 혼자 야구, 엘지 트윈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관심 있는 것이 생기면 공부부터 한다.

야구에 빠진 후 야구는 어떤 스포츠 인지, 엘지 트윈스는 어떤 팀인지 신문과 스포츠 뉴스 등을 보면서 열심히 배웠다.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야구 자체가 매력적인 스포츠이고, 엘지 트윈스도 낭만적인 팀이었다.


처음엔 특정팀 세 명의 선수에 빠져 좋아하게 된 야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 중심이 아닌 야구 자체, 엘지트윈스 팀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엘지가 이기면 나도 기분이 좋았고, 지는 날에는 세상이 무너진듯했다.

축구를 응원할 땐 이런 감정까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했었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후, 매일 친구들과 축구로 하루 일과를 보냈던 내가 변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축구가 아닌 티브이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날이 늘어났다.

야구를 보면서 그 경기에 빠져들어 웃고, 화내고, 크게 소리치는 등 다양하게 나의 감정이 표출되었다.

평소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나로서는 대단한 감정 표현이었다.


그 뒤로 야구를 계속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거치면서 야구와 멀어지고 있었다.

학창 시절엔 공부에 매진하느라, 대학교 땐 취업 준비로 인해 야구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다.

현생을 사느라 야구에 대한 열정은 봄날의 눈처럼 사라졌다.


대학교 졸업 후 직장인이 된 후에도 야구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회사-집 무의미한 생활만 하고 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에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우연히 퇴근 후 술자리에서 같이 일하던 상사분이 야구 얘기를 꺼냈다.

그 순간 ‘아 맞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야구, 그리고 엘지 트윈스. 내가 잊고 살았던 단어였다.

그때부터 다시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릴 땐 티브이에서만 보던 야구를 이젠 직접 경기장에서 보고 싶었다. 때마침 친한 상사분과 일정이 맞아 잠실 야구장을 갔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구장, 선수들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끼리 같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니 도파민이 터졌다.


첫 직관은 비가 많이 와서 무효 경기가 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다시 야구에 미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 이후 시간이 될 때 야구장을 찾아 응원을 하였다.

무의미한 일상에 활기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생겼다.

직관 후 같이 간 사람들과 뒤풀이도 하면서 흥미가 가중되었다.


항상 야구를 직관으로 보고 싶었지만 여건상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럴 경우 퇴근할 때 핸드폰으로 하이라이트 영상과 경기 기록을 꼭 확인했다.

전에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야구 경기를 분석하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가는 재미가 생겼다.

이렇게 점점 야구에 애정이 많아지고 있다.


야구는 어린 시기에 호기심이었다면 현재는 삶 그 자체다.

야구로 인해 사람들과 같이 즐길 거리가 더 생겼다.

이젠 약속을 잡으면 야구장 방문 옵션을 넣을 만큼 더욱더 야구가 내 생활에 깊게 파고들었다.

야구장에서 사람들과 호흡하고, 또 서로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인간관계 또한 돈독해지고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야구였다.

10년 넘게 잊었지만 현재, 그리고 앞으로 야구는 공기같이 없어선 안된다.

야구가 없는 내 삶은 재미없고, 우울하다.

잘하면 칭찬도 하고, 못하면 욕도 하는 나를 보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야구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애정이 담긴 스트레스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을 가져다주는 야구를 평생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