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J가 귀차니즘이 되는 과정

피곤해, 귀찮아, 다음에

by 에세이 작가 훈

언젠가부터 나에게 안 좋은 습관이 있다. 그것은 귀차니즘이다.

딱 언제부터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10여 년 전으로 생각된다.

어릴 적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부지런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몸이 피곤해지다 보니 모든 것이 하기 싫어졌다.


그리고 결국 나는 습관을 넘어 귀차니즘에 중독됐다.

중독은 부정적인 의미가 많지만 다르게 보면 반복되는 모습, 습관의 의미도 있다.

20대 후반부터 일에 치여 중요한 일정을 계속 다음에 하자라는 행동이 반복됐다.

결과적으로 중독된 꼴이 된 것이다.


예전엔 mbti로 치면 완전한 j였다.

대부분 계획을 짜고 그 틀에 맞추어 움직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계획을 세우지만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피곤하거나 급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스스로한테 얘기를 했다.


“일하느라 힘들었으니 오늘은 쉬자”


이렇게 또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고 결국은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직장일을 할 때도 똑같이 행동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일을 할 때만 해당되는 중독된 습관이다.

처음에는 별다른 문젯거리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내가 심하다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다.

보통 일정을 미루게 되면 하루, 이틀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일주일 아니면 2주, 한 달의 간격으로 미루었다.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심각한 상태였다.


귀차니즘의 강도가 심해지는 걸 느끼고 안 고쳐 봤던 건 아니다.

평소에는 새벽 2시에 잤는데 다음날 오전에 일정이 있으면 전날은 밤 10시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뒤척이다 못 잤다.

잠을 설치고 계획된 일을 하고 나면 더 피곤해졌다.

그러면 낮이나 저녁 일찍 잠을 자게 되었다.

결국 밤을 지새우고 직장에 출근하니 일에 지장이 생겼다.

차라리 계획을 지키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아찔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어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2년에 한 번씩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고, 어머니는 본가 제천에 사신다.

그래서 병원 검사 때에는 어머니께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신다.


4년 전 검사날이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난 후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그러면 외출 준비를 하고 미리 터미널에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해 좀만 더 자고 일어나도 시간 안에 터미널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잠깐 잠을 잤다.

갑자기 전화가 울려서 받으니 어머니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고 하셨다.

순간 정신이 바짝 들어 대충 준비를 하고 부랴부랴 터미널로 갔다.


다행히도 빠르게 터미널에 도착했고,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여 늦지 않게 검사를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연세가 많은 분이 긴 시간 동안 두려움을 안고 홀로 계셨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내 귀차니즘 때문에 없어도 될 상황을 만들었다. 이내 심각성을 다시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귀차니즘으로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계획된 일이 있으면 2~3일 전부터 몸의 피로도를 낮추려고 일찍 자고, 일어났다.

무리하게 3~4개 정도 짜던 일정을 1개, 많으면 2개 정도로 줄였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일정에 귀차니즘이 전보다는 줄어들긴 했다.


귀차니즘을 줄이다 보면 언젠간 사라질 날이 오겠지

귀차니즘이 그동안 내 일상에 심하게 중독되었다.

긍정적인 중독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남은 일생을 생각하면 아직 많은 날들이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줄이려고 한다면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씩 줄여 나가면서 실행하다 보니 차츰 귀차니즘이 나아졌다.

이렇게 계속 줄이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귀차니즘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