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결혼 생활이 가르쳐 준 진실
‘결혼’ 참으로 나에게는 어려운 단어다.
왜냐하면 2025년인 지금 42살에 미혼 남자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친구들은 다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모두 제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연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상대방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왜 다를까.
7살 때부터 10대, 20대를 지나면서 결혼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도 조기교육처럼 결혼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하셨고, 누나들도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나는 자라 온 환경만 보면 ‘남자와 여자는 성인이 되면 혼인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고정됐다.
그때의 결혼은 내게 '사랑의 완성이자 삶의 마침표'였다.
서른이 되기 전에 '능력 있는 남자'로서 멋지게 결혼에 골인하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사회적 의무이자 인생 목표였다.
하지만 그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한 건, 서른을 넘어서였다.
첫 번째 '변화의 사건'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찾아왔다.
20대 후반 6년을 만나면서 결혼까지 약속한 사람과 이별했다.
이유?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준비하던 시험에 불합격한 후에 자리를 잡기 위해 발버둥 치던 시기였고, 그녀는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직장’, '내 집 마련'을 포함한 균형 잡힌 미래를 원했다.
그녀가 바란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은, 당시의 내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사랑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진리를 그때 처음 깨달았다.
결혼은 낭만적인 종착지가 아니라, 엄청난 '경제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나의 결혼관은 급격히 틀어졌다.
결혼을 미루기 시작했고, '경제적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뒤' 결혼하겠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러나 그 '완벽한 시점'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결혼은 점점 더 멀고 막연한 목표가 되었다.
40대가 지난 지금, 내 결혼관은 완전히 낯선 곳에 서 있다.
주변 친구들의 결혼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본 것이 두 번째 '변화의 사건'이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더 이상 달콤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었다.
육아 전쟁, 고된 회사 생활, 그리고 부부간의 사소한 갈등과 시댁/처가와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결혼이 '천국’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희생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 짊어지는 '평생 동안 지속되는 노동과 협상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실을 목도하면서, 나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나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결혼 제도'라는 것이 과연 지금의 나에게 맞는가?
42세의 미혼 남성에게 결혼은 더 이상 사회적 의무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선택'의 문제다.
나는 혼자서도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고, 취미 생활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남는다.
노후의 외로움,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 그리고 법적인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들.
연애나 동거는 줄 수 없는, '법적-경제적 동반자 계약'으로서의 결혼 제도가 주는 안정감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지금 내가 결혼 상대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20대 때의 '뜨거운 사랑'이 아니다. '현실적인 팀 빌딩 능력'이다.
첫째,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싸우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도’.
둘째, 경제적인 부분에서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각자의 몫을 해낼 수 있는 ‘경제적 독립성’.
셋째, 서로의 사생활과 취미를 존중하고 터치하지 않는 ‘존중과 여유’.
나는 더 이상 '가장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결혼은 낭만적인 '마침표'가 아니라, 삶이라는 거친 항해를 함께 헤쳐나갈 '평생의 항해사'를 구하는 일이다.
만약 이 제도를 통해 나의 삶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곁에서 묵묵히 등을 맞대 줄 전우를 찾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제도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결혼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굳이 낡은 사회적 관습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40대의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결혼은 '책임질 수 있는' 남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질 동료'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