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강약중강약 (feat. 한 끼의 행복함)

트빌리시 추천 식당 <트빌리시 룸스 호텔 레스토랑>

by 키만소리


효밥이와 나는 둘이서 하루 예산 5만 원으로 사는 세계 여행가다. 우리가 책정한 5만 원에는 항공비, 숙소, 식비, 교통비, 레저, 쇼핑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이냐 하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5만 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어떤 날은 2만 원으로 버티고, 어떤 날은 3만 원으로 버티며 마련한 티끌을 모아, 항공권도 사고, 레저도 하고, 비자 값도 내고 있다. 예산을 아끼겠다고 밥을 굶지 않는다. 밥은 여행자의 힘이며, 낙이니까. 숙소 역시 까다로운 기준으로 고르는 편이라, 우리의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숙소다. 효밥이와 나는 창문 없는 방은 절대 예약하지 않고, 웬만하면 더블 룸을 선호한다. 이쯤 되면 '너네 도대체 돈을 어떻게 아끼는 건데?'라는 질문이 나오겠지?



우리의 돈은 주로 '부엌'에서 아껴진다. 인건비가 비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외식 한 번 하면 지갑이 탈탈 털린다. 대신 parknsave나 woolworth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질 좋고 맛있는 고기와 야채를 싼 값에 구할 수 있어서 우리는 거의 1일 1마트를 생활화했다. 물론 주말에만 열리는 선데이 마켓에 가서 1 호주 달러짜리 멜론을 사는 현명함도 생활화했다. 요리를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저렴한 동남아의 나라에서는 주로 외출하기 귀찮은 아침에 집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절약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것은 요리 실력이요. 여행 450일째가 되니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었다. 탕수육, 스테이크, 설렁탕, 샤브샤브, 김밥, 등갈비찜, 닭다리 스테이크, 홍합요리, 김치 담그기, 샌드위치, 양고기구이, 육개장, 바질 페스토 파스타, 짬뽕, 치킨, 오징어볶음, 피자, 보쌈 등등.


놀랍게도 외식을 줄이고 집 밥을 해 먹자 우리가 정한 예산에 맞춰지긴 하더라. 하지만 아무리 집에서 멋진 정찬을 차려도 진짜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요리'라 그랬다. 장도 안 보고, 요리도 안 해도 되고 뒷정리의 고민이 없는 '남이 해주는 요리'가 땡길 때는 어설픈 식당이 아닌 정말 좋은 레스토랑으로 간다. 지난주는 특히 해외에서 맞는 우리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이라 평소보다 더 맛있는 한 끼가 먹고 싶었다.



조지아를 검색하면 '카즈베기 룸스 호텔의 스테이크'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카즈베기까지 가지 않아도 트빌리시에서도 그 맛있다고 소문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며 립아이 스테이크와 필레 스테이크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는 구운 야채를 각자 시켰다. 스테이크에 와인이 빠질 수 없지. 우리는 룸스 호텔 하우스 레드 와인까지 시켰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종업원의 추천을 받은 뉴욕 치즈케이크와 아메리카노까지 주문하며 완벽한 코스 요리 주문을 끝냈다.



식전 빵과 함께 서빙된 하우스 레드 와인


스테이크에 가니쉬가 따로 안 나오는 줄 알고 각자 시킨 구운 그릴 야채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넣고, 버터향이 베어든 육즙을 느낀다. 그리고 와인의 주종국답게 어떤 와인을 시켜도 맛있는 조지아 하우스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릴의 불 맛이 입혀진 구운 야채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 케이크. 그리고 트빌리시에서 보기 드물게 원두의 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아메리카노까지. 아, 진정한 행복한 한 끼로구나.


미디움 레어로 주문한 필레 스테이크


치즈 소스가 뿌려진 립아이 스테이크. 양이 꽤 많다.


디저트로 주문한 베스트 메뉴, 뉴욕 치즈케이크

조지아 트빌리시의 현지 식당에서 먹는 요리의 가격은 5 라리.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룸스 호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가격은 31 라리. 당연히 세금 18프로 불포함. 보통 둘이서 외식하면 20 라리면 충분, 하지만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의 가격은 127 라리. 한 끼의 행복함을 누릴 때는, 거침없이 누린다. 그래야 그동안 집 밥 먹으며 아낀 보람이 톡톡히 느껴지니까.


모든 일에는 강약중강약이 있어야 조화롭다. 여행가의 지갑 역시 강약중강약으로 열어줘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Kiman & Hyo Share House in Tbil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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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트빌리시와 한국의 시차는 5시간. 답이 늦어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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