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 키효네 쉐어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세계 여행하는 삼 남매 가족과의 10일의 동거
싱글 여행자들을 만나면 부부 여행자들을 로망으로 꼽고, 부부 여행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세계 여행을 로망으로 꼽는다. 여행 로망 최상위에 랭크된 가족 여행자들은 반대로 자유로운 싱글 여행을 꿈꾼다. 서로의 위치에서 가질 수 없는 가치의 로망은 돌고 돌아 서로의 여행을 빛내주는 셈이다. 우리 역시 가족과 함께 하는 세계 여행자들을 부러워했고, 마침내 신문 기사에서나 읽을 법한 가족을 만났다.
시크하면서 속정이 깊은 15살 큰아들과 빛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13살 작은 아들 그리고 보조개가 사랑스러운 9살의 막내딸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하는 일명 '홍이네 삼 남매 세계 여행자 가족'이 우리 집, 트빌리시에 위치한 키효네 쉐어하우스에 게스트로 왔다. 인도 미용실에서 과감하게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는 홍이네 가족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척! 하고 알 수 있는, 색 노란 머리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대가족답게 짐도 엄청났다. 엄마 아빠는 큰 배낭과 캐리어를, 두 아들 역시 본인의 캐리어를 끌었다. 막내는 고사리손으로 매일 밤 안고 자는 꼬부기 인형도 꽉 쥐며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트빌리시에서 무엇을 하러 왔는지 물어보니 "푹 쉬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싱글/부부/가족 어떤 유형의 여행자든 나라와 나라 이동하는 장거리 움직임은 사람의 기를 탈탈 털어버린다. 삼 남매를 데리고 여행을 하는 홍이네는 오죽했을까. 간단한 집 소개가 끝난 동시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푹 퍼져버렸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세계 여행까지 와서 뭘 또 쉬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장기 여행자들도 여행 연비라는 게 있다. 기름이 똑 떨어지면 바퀴를 멈추는 차처럼, 여행자들도 쉼이라는 에너지를 채워줘야 다시 세계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법이다. 1년을 넘게 배낭을 메고 떠돌아 지쳤던 우리는 홍이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고, 그렇게 홍이네 삼 남매와 우리는 10일 동안 정말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면서 푹 쉬었다.
10일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거실에 쏟아졌다. 꼭 집에 언니네 가족이 놀러 온 것 같았다. 세계 여행을 하며 가장 그리웠던 것은 집에서 풍기는 가족의 온기였다.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내뱉는 "다녀왔습니다."라는 한 마디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홍이네 덕분에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꼈고, 삼 남매와 잊지 못할 추억을, 홍이네 엄마 아빠와 끝나지 않는 맥주 수다를 즐겼다.
10일의 동거가 끝나고 홍이네는 터키로 떠났다. 효밥 삼촌이 만들어주는 음식은 뭐든지 좋아하던 준형이, 도둑잡기 게임의 패자는 토마토라는 공식을 만든 준서, 하는 말마다 웃겨서 삼촌과 이모의 배를 빠지게 했던 재인이까지. 그리운 것 투성이다. 지나가는 말로 유튜브에 홍이네 세계 여행을 올리라고 말해줬는데, 요 녀석들이 기특하게도 브이로그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가끔 홍이네가 궁금할 때, 유튜브에 들어가 삼 남매의 개구진 영상을 보는데,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는 결혼한 지 4년 차지만 2세 계획은 딱히 없는 편이다. 아이를 가지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홍이네 가족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무엇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지금의 행복을 지키는데 급급했던 나는 이제 다른 행복도 날 찾아올 수 있게 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쉐어하우스 운영 기간 동안 나는 얼마나 다양하고 다른 행복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게 될까. 쉐어하우스에 찾아오는 게스트들을 기다리는 것은 여행만큼 설레는 나날이다.
Kiman & Hyo Share House in Tbilisi
쉐어하우스 예약 및 문의 :
@카톡 kimhansolyi
조지아 트빌리시와 한국의 시차는 5시간. 답이 늦어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