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할 수 있을까요?

55년생인 저도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by 키만소리
브런치용.jpg
위클리연재_1화_01.jpg
위클리연재_1화_02.jpg
위클리 연재_1화_메일.jpg

<프롤로그: 엄마의 메일을 그리게 된 이유>

글/그림 키만소리


언니가 결혼해서 집을 떠날 때도 엄마는 담담했다. 더 늦지 않게 잘 보냈다는 시원섭섭한 표정이 엄마의 얼굴에 살짝 비쳤다. 온 집을 휘젓던 막내딸인 내가 있었기에 우리 집엔 언니가 두고 간 상실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손을 대야 비로소 느껴지는 바깥의 차가운 바람 같던 상실감은 그 틈을 메꾸던 내가 결혼 후, 해외로 떠나자 그제야 슬그머니 엄마의 마음을 들쑤셔놓았다. 텅 비어버린 두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자식 키우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조금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황혼의 무기력함은 그렇게 찾아왔다.


언니와 나는 엄마가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언니는 시간이 될 때마다 엄마에게 찾아와 손주 재롱잔치로 엄마의 무기력함을 쉴 새 없이 쫓았고, 해외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의 휴대폰이 잠들지 않도록 열심히 울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세계를 돌며 여행을 하는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사진들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엄마, 컴퓨도 배우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혼자 비행기 타고 너 있는 곳으로 놀러 갈래.”

둥지를 날아가 버린 자식들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울던 어미 새는 슬픔에 잠기는 것보다 힘찬 날갯짓으로 멀리 날아오르기를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바라보던 텅 빈 두 딸의 방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었다. 며칠 후, 컴퓨터의 ‘컴’도 몰랐던 엄마한테 메일이 날아왔다. 메일 속의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아직 서툰 것 투성이지만, 넘치는 의욕을 타자 하나하나 꾹, 꾹 눌러 담은 메일이었다. 오타 투성이에, 맞춤법도 이상하고, 문맥도 맞지 않지만, 읽으면 눈물이 톡 하고 떨어지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메일은 내 메일 함을 채우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지는 나이, 남들은 편하게 살아야 하는 나이라고 말하는 55년생의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가 메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읽는 동안 엄마가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면서 받은 엄마의 메일을 네 컷 웹툰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엄마의 도전이 꼭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30대인 내게도, 아직 꿈을 찾고 있는 10대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에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친구들에게도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삶의 무기력함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두 번째 인생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55년생 현자 씨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의 메일을 그린다.





안녕하세요:) 키만소리입니다.

8월 6일부터 월요 매거진에 55년생 현자 씨의 두 번째 인생 찾기 이야기 <저도 할 수 있을까요?>를 정식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웹툰에 등장하는 현자 씨는 엄마와의 배낭여행 이야기를 담은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에 나오는 현자 씨와 동일 인물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모녀 배낭여행 후 달라진 현자 씨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셨는데, 위클리 매거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쁩니다. 엄마, 딸을 떠나 웹툰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매주 월요일마다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