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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Sep 21. 2018

비키니 입고 다이빙을

인생 예습 버킷 리스트 (2) 용기를 확인하는 방법

 


비키니 입고 번지 점프를

인    생    예    습    버                트 (2)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호수가 있다는데, 우리 거기 가볼래?"


 호수 색깔이 꼭 수영장 같아서 '블루 풀(blue pool)'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블루 풀의 유명세엔 블루 컬러 호수 빛깔도 한 몫했지만,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여행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수영복을 입고 그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붕-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잠시 후 풍덩-하고 경쾌한 물소리가 들렸다. 높이만큼 깊이 가라앉은 사람의 머리가 한참 후에 물 위로 쑤욱 올라오면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소리는 꼭 유럽의 저가 항공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면 터지는 "생존 축하!"의 박수 소리 같이 들렸다.


관광객들 다리에서 불법 다이빙을 하다가 사망!이라는 기사가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다리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자 이상하게 내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다. 



내 번지 점프의 한을 푸는 곳이 여기인가?
뭐에 홀린 듯 나는 비키니를 입고 다리 앞에 섰다.






 나를 쳐다보는 전 세계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다. "아앜..." 다리가 차마 한 번에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고, 손이 미끄러져 놓쳐버린 날계란처럼 볼품없이 바닥에 퍽 떨어졌다. 블루 풀엔 배치기 소리가 우렁차게 채워졌다. 얼마나 세게 배치기를 했냐면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른 나는 비키니가 반쯤 벗겨질 정도였고, 온몸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블루 풀의 수온은 발가락만 담가도 정신이 바짝 차려 질정도로 차가웠는데, 배치기의 아픔은 차가운 물 온도보다 더 아찔했다. 


 배치기의 충격이 너무 셌던 것일까. 나는 또 한 번 뛰어내리지 말았어야 했다. 연이은 강한 충격으로 고막이 부어올라 삼일을 끙끙대며 앓아누웠다. 캠핑이고 뭐고 차 뒷자리에 실려 다녔다. 용기 있어 보이고 싶다가 세상 소리와 작별할 뻔했다.



 어릴 적 주말 예능엔 연예인들이 번지 점프대 위에서 벌벌 떨던 모습이 생각난다. 누군가는 멋지게 뛰어내렸고, 다른 이는 울면서 포기했다. 어린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일까? 아직 번지 점프대 앞에는 서 본 적이 없지만, 비키니를 입고 다이빙을 했던 그날을 미루어보건대 추측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안한데, 나는 번지점프는 못 할 것 같아.
용기는 다른 곳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고막은 딱 한 개씩 밖에 없거든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일까?라는 답에 위험한 일이 아닌 스스로 대답할 수 있다면 사건 사고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는 지구 평화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버킷리스트를 채워나가는데 왜 나는 <내 인생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들> 목록이 채워지는 걸까.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아?





두번째 점프로 고막를 잃었지만 용기를 얻었습니다. avi  (고통의 배치기 영상은 갠소하겠습니다)




남편과 세계 여행을 하며 글과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여행 중 이룬 버킷리스트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중에 말고 지금 해봐요> 매거진에 담았습니다.


글/그림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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