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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Jan 11. 2022

불완전한 지향의 힘

적당히 불편하게 中 '내일도 실패하겠지만 - 김한솔이 

불완전한 지향의 힘


언제부터였을까. 미세먼지 가득 낀 회색빛 흐린 날이 보통의 하루가 되어버린 것이. 하늘색은 하늘의 푸르른 빛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들이 조금씩 힘을 잃고 바스라지고 있다. 잿빛의 안개가 익숙한 아이들에게 하늘색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구의 한계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이 성큼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빙하가 녹듯이 우리의 내일이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다는 걸 절절히 깨닫는 날이 이어진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지구가 아파요.’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으니까. 환경 보호 표어 쓰기와 포스터 사생 대회가 종종 열렸고 이따금씩 지구를 위한 글짓기를 썼다. 지금부터라도 환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절망적인 미래가 찾아올 거라며 으름장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내가 적어냈던 ‘미래’는 내게는 오지 않을 까마득한 다른 세상이었다. 환경 파괴 주범은 우리 세대지만 피해자는 분명 다른 세대일 거라고 은연중 믿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방심하며 적어냈다. 인류의 오만이었을까. 속부터 곯는 병들은 으레 그렇듯 알아챈 순간, 이미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한다. 뿌연 잿빛 하늘을 보며 생각해본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을까. 앞으로 무엇을 더 잃게 되는 걸까.    

 

  완벽한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제로웨이스트도 아닌 내가 계속해서 이 글을 써도 될까.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어설픈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심지어 철두철미한 비건도 아닌 나의 의견이 힘이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해 펜촉을 꺾으려는 그 순간, 내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 문장을 만났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불완전한 비건 지향인 100명이 더 가치 있다.’      



 거대한 환경 구조를 다수의 어설픈 시도가 바꿀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개인의 실천으로 뒤집기엔 지구를 둘러싼 모든 이익들이 오랜 시간 촘촘히 짜인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있다. 오늘의 지구에겐 정부 차원의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소소한 실천들은 드라마틱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해도 ‘내가 고작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져?’라는 마음정도는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의욕이 앞서 첫 발부터 완벽한 통제를 하려고 하니 오히려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나는 이제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력함이 느껴질 때는 ‘나는 아직 인턴이야. 수습기간에는 누구나 잘할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면 내일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조그맣게 생겨난다. 편하게 살던 시간만큼 불편함에 좌절하는 시간도 견뎌야 하는 법이다. 내공은 쌓이기 마련이다. 수습생이 정직원이 되는 것처럼, 언젠가 나의 수습 기간도 끝날 것이다. 불완전한 지향의 힘을 믿는다. 완벽을 향해 걸어가는 착실한 관심만큼 지구의 시간은 분명 느려질테니까. 






안녕하세요! 김한솔이입니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환경 일러스트 에세이 『적당히 불편하게』 기획 및 작가로 참여해 누구나 쉽게 공존 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요. 무겁지 않게 시작의 마음을 전하는 『적당히 불편하게』 도서가 교보문고 환경 도서 추천 및 싱글즈 매거진 환경 에세이 추천, 카페 꼼마 1월달 큐레이션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비거니즘, 공존, 동물 보호, 환경보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책의 일부를 브런치를 통해 공개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적당히 불편하게』

김한솔이·히조·요니킴·고양이다방·고센·메르시온 지음

키효북스 출판사


지구의 시간이 조금은 느려질 수 있도록 당신의 일상을 #적당히불편하게 내어주세요.

우리에겐 일상을 지키며 실천할 수 있는 하루가 필요해!

SNS를 뜨겁게 달군 6명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전하는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편리함에 속아 가끔씩 실패해도 괜찮아, 내일 조금씩 바꿔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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