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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May 03. 2019

누구나 여행은 가지만 누구나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여행을 기록하세요. 

오늘의 기분

여행기를 적고 싶은 기분




기록하지 않으면 언젠가 모두 사라지기 마련이다


  2주 전만 해도 나는 세계 여행가였다. 내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을 기억할 것 같았다. 고산족 옷을 입은 할머니가 구워주는 바나나의 맛, 단 돈 2.5불에 먹을 수 있는 에콰도르 식 백반, 바다사자와 헤엄치던 갈라파고스의 차가운 바다의 온도, 굽이 친 산 길을 달리던 고물 버스의 덜컹거림, 땀 흘리며 춤추던 바차타의 리듬까지. 그 강렬했던 기억들을 내가 감히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허나 뒤돌아서자 그 길고 강렬했던 730일의 기억들이 꾸준하게 잔상만 남긴 채 사라지고 있었다.


여행은 휘발성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먹은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날 것 같지만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여행이 짧던 길었던 배를 굶주렸던 호화스러웠던 간에 선명한 기억들이 바래지는 것은 모두 공평했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하듯이 사라지는 여행의 기억을 붙잡을 방법 역시 있다. 그 답은 제목에서 눈치챘듯이 '기록'하는 것이다. 2주 전 세계 여행 보다 무려 8년이나 지난 동남아 여행이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모두다 기록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8년 전 엄마와 함께한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고, 덕분에 엄마와의 여행의 순간을 수도 없이 기록해야 했다. 덕분에 눈만 감아도 2011년의 습했던 말레이시아의 더위가 마음속에서 퍼진다. 엄마가 유독 좋아했던 망고스틴의 달콤함이 떠올라 침이 고이고 거미줄이 가득했던 국경의 허름한 호텔의 꿉꿉함이 코 끝을 건드린다. 기록의 행위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여행의 순간을 붙잡아주는 힘이 있다.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단 세줄이라도 낯설었던 여행지의 온기를 글자로 적는다면 당신은 그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당신을 괴롭히던 순간들로부터 도망쳐 낯선 곳으로 이륙하던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마음을 풀어본다면 당신의 여행은 지금보다 더 위로받을 수 있다. 누구나 여행은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하는 자만이 여행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지금부터 당신의 여행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




여행자이자 기록자

김한솔이 (키만소리)

엄마와의 여행을 기록하다 : 출간 완료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남편과의 여행을 기록하다: 위클리 매거진 <여보야 배낭 단디 메라>

엄마와의 메일을 기록하다: 출간 예정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여행 후 다수의 순간을 기록 중: 세계 여행 전문 서적 준비 중



당신의 여행을 기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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