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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Aug 15. 2019

헤어짐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부고 소식이 날아왔다

 오늘의 기분

하얀 눈이 내리길 바라는 기분



 오랜만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문자를 열었는데, 그 문자는 다름 아닌 그의 부고 소식이었다. 오빠가 긴 투병을 견디다 못해 끝내 하늘로 갔다며 장례식에 참석해 줄 수 있냐는 그의 여동생이 보낸 문자였다. 부고 소식 위에는 그와 내가 몇 달 전 나눈 대화가 있었다. 해외에 머물러 있는 내게 그는 좋은 다이빙 포인트를 물어봤고, 여행 계획이 맞으면 만나서 같이 다이빙을 하자는 대화였다. 


우리는 다가올 이별도 짐작도 못한 채 가볍게 웃고 있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그는 긴 투병을 시작했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와 만났던 시간을 기억한다. 우리는 하얗게 눈이 내리던 일본 오타루 운하 앞에서 만났다. 그와 나. 우리 곁에는 가족처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동고동락하며 3주를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웃으며 보냈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잎을 뿜어내는 싱싱했던 나무가 꼭 우리들의 시간 같았다. 그 누가 청명함이 뿜어져 나오는 나무 아래서 이별을 가늠할 수 있었을까.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엄마를 붙잡고 묻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겨우 아는 이를 한 명 떠나보냈을 뿐인데, 마음이 아리고 아파서 삶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고. 사람들은 시간처럼 공평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럴 때만큼은 시간만큼 불공평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엄마는 어떻게 이별로 가득한 이 무심한 삶을 살아내는 거냐고 말이다.





 

바람이 분다. 어디서 불어오는 지 알 수는 없는 바람은 내 눈물을 흩날린다. 눈을 조용히 감았다. 뜨끈하게 시린 눈 위로 차가운 눈꽃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영원할 것 같았던 설원의 추억이, 다들 모여 있으니 얼른 오라며 영상통화로 재촉하던 그 밤들이, 바보처럼 허허 웃던 그의 실없는 미소 위로 하얀 눈들이 내려앉는다. 


 눈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얗게 입김이 서리는 홋카이도의 눈꽃처럼 끝도 모르게 포삭포삭 쌓여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가 마주해야 했던 까만 밤을 모두 덮어버리길 멀리서 소원한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하얀 설원과 은은하게 울리는 초승달 하나가 그의 외로운 곁을 지키길 바라고 또 바란다.      




여행자이자 기록자

김한솔이 (키만소리)

엄마와의 여행을 기록하다 : 출간 완료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남편과의 여행을 기록하다: 위클리 매거진 <여보야 배낭 단디 메라>

엄마와의 메일을 기록하다: 출간 예정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여행 후 다수의 순간을 기록 중: 세계 여행 전문 서적 준비 중

Insta @k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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