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료 없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고료 없는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2019년 11월 서점 간판을 걸었다. 한 달여의 지독한 셀프 인테리어가 얼추 끝나자 서둘러 명패부터 달았다. 갓 오픈한 책방에는 고작 대여섯 권의 책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책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텅 빈 공간에 가까웠다. 오래된 책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서점 냄새보다는 페인트와 나무 톱밥내가 미처 빠지기도 전이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명패를 단 이유는 공사 중에도 문을 열고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오픈도 하기 전에 이렇게 사람들이 오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하며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의 명패를 걸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기 전, 조용한 주택가의 골목 사이에 그렇게 동네 책방이 들어섰다.
일곱 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책방으로 대박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오픈하자마자 만난 코로나 사태도 한몫했지만 근본적으로 책방 경영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까웠다. 힘들다, 힘들다 입으로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월세 내는 날만 돌아오면 숨이 막힐 정도로 현실적인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학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옛 어른들은 말했다. 배곯는 일을 뭣 하려 하냐고. 스마트폰이 생기고 전기차가 굴러가고 A.I가 바둑을 이기고 우주여행을 실현시키고 있는 놀라운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방을 지키는 일은 배가 고프다.
2년 가까이 책방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매거진, 라디오, 신문사, 온라인 매체, 광고 등등.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책방을 왜 차리게 되었는지, 운영하는데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책방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슬픈 일, 사장님만의 운영 철학 등. 성실하게 대답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궁금해하는 게 비슷하네. 한 번 정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가만있어도 돈이 줄줄 새는 책방을 성실하게 지켜내기 위해서 부업과 또 부업 그리고 계속되는 부업을 해야 했기에 평화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적는 시간을 만들기가 꽤나 힘들었다. 책방 문을 닫고 집으로 퇴근하면 그렇게 한 글자도 쓰기 싫었다. 고료 주는 글도 마감일 전까지 미루며 쓰는데, 무일푼의 글은 오죽하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는 미룰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책방 이야기, 우리 부부의 이야기 등을 아주 자세하고도 TMI스럽게 기록을 하려고 한다.
[책방일기 #그러게 책방은 왜 차려서는] 연재는 고료 없이 스스로 힘을 내서 쓰는 글이기에, 힘이 빠지면 잠시 쉬기도 하고 힘이 넘치는 날에는 열심히 타자를 쓰기도 할 예정이다. 중간에 예기치못한 고료가 생긴다면 1일 1포스팅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 셀프 인테리어 과정, 책방 손님 뒷담화, 부업 시리즈, 작가로 산다는 것, 출판사 운영기 등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가려 한다. 공적인 소식만 올라오는 블로그가 조금은 시끌시끌해지기를 바라면 첫 글을 마친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 주인이자 무일푼 연재를 결심한 김한솔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