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은 자폐소년이다.
아들을 키우며 치료실 죽순이 생활을 할 때였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유형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었다.
수년을 그 아이들과 엄마들을 관찰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각각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가도 발달이 훅 올라가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건 바로 엄마의 훈육이 먹히는 아이라는 것이다.
내가 육아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훈육이었다.
훈육 똥멍청이. 그건 바로 나다.
훈육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마음을 헤아려줘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해
이리저리 갈팡질팡만 하다가, 훈육타이밍을 놓치고 뒷북을 칠 때도 많았고,
엉망진창의 훈육으로 아이 잡도리만 하다가 내 감정하나 컨트롤하지 못해
죄책감에 베개를 적시던 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훈육이 먹히지 않는 아이. 발달이 훅 올라가지 않는 아이.
그 아이가 내 아이였기에 나는 더욱더 내 육아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은영 박사님께 찾아가 진료를 보고 상담도 받았다.
박사님을 통해 아이의 어려움에 대해 정확히 진단을 받고 육아의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은 받았지만,
나의 육아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결국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셨던 전문가를 찾아가 많은 돈을 내며 배운 끝에
훈육상황을 판단하는 능력까지는 꾸역꾸역 장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히 가르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감정조절.
나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
우당탕탕 육아를 하며 겨우겨우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싶었을 때 만난
‘아이의 사춘기’라는 변화는 또다시 나를 똥멍청이로 만들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아이에게 휘둘리기만 하면서 막막해하던 어느 날
선배맘의 조언이 나를 다시 똑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훈육상황이 오면 기회다!라고 생각해라”
정신이 바짝 들게 하는 조언이었다.
나의 바닥까지 떨어진 육아효능감을 다시 올릴 기회!
실패했던 어제의 훈육을 성공적인 훈육으로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기회!
아이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닌 행동에 따른 책임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
기회는 앞으로 수백 번은 더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꽤 편안해졌다.
그 조언을 들은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훈육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훈육을 한 후 스스로 나무랄 데 없는 훈육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닌 나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니
“이 녀석이 어디 감히 엄마한테!”
“내가 너를 키우느라 얼마나 희생을 하며 사는데!”
따위의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의 감정이 조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상황, 같은 사람, 같은 장소였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니
결과는 완전 달랐다.
이 한 번의 성공적인 경험이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게 될지 기대도 하게 되었다.
이전보다는 아이와 나의 관계가 조금은 레벨 업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훈육마스터가 된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훈육 똥멍청이라서 성공할 때도 있고, 이불 킥하며 나의 부끄러운 훈육을 자책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처럼 죄책감에 휩싸이지는 않는다.
마치 슈퍼마리오 게임을 할 때 한판 한판 깨다가 마지막판에 왕이 등장하여
여러시도 끝에 왕을 이겨 다음단계로 레벨 업하듯이
훈육상황을 통해 나와 아이는 조금씩 레벨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고
나는 미성숙한 어른에서 조금은 덜미성숙한 어른으로 성장 중 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실패한 육아에 자책하고
자는 아이를 쓰다듬으며 눈물짓고 있을 엄마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여기 훈육똥멍청이도 레벨업을 하고 있으니 힘내시라고!
우리에게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