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연식변경 모델인 2023 아이오닉 5가 출시됐습니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의 핵심은 77.4kWh로 늘어난 롱레인지 모델의 배터리 용량과 새롭게 신설된 E-Lite HTRAC 트림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추가된 E-Lite HTRAC 트림의 구성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E-Lite HTRAC 트림이 추가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E-Lite HTRAC은 이름 그대로 현대자동차의 AWD 사양인 HTRAC을 적용하되, 일부 사양을 덜어낸 모델입니다. 기본 익스클루시브 트림 기본 사양 대비 제외되는 사양은 ▲실외 V2L 커넥터 ▲주차 거리경고-전방 ▲블랙 하이그로시 벨트라인 몰딩 ▲이중접합 차음유리 ▲가죽 스티어링(열선포함) ▲유니버셜 아일랜드 ▲ECM 룸미러 ▲운전석 전동시트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암레스트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동승석) ▲전동식 트렁크 ▲하이패스 ▲레인센서까지 상당합니다. AWD가 추가됐더라도 고객 선호 사양인 통풍시트, 전동식 트렁크, 가죽(열선) 스티어링 휠 등이 제외되어 사실상 E-Lite HTRAC 트림을 선택하는 고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연식변경을 거치며 아이오닉 5는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약 400만 원 가량 인상됐습니다. 차량 가격을 살펴보면 롱레인지 2WD 기준 익스클루시브 5,410만 원, 프레스티지 5,885만 원입니다. 여기에 AWD 옵션을 선택하면 250만 원이 추가되어 롱레인지 2WD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은 모두 차량 가격이 5,500만 원을 넘습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5,500만 원이 초과하는 전기차에 보조금 50%만 지급, 8,500만 원이 초과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자료를 살펴보면 5,500만 원이 넘는 아이오닉 5 롱레인지 AWD 모델도 모두 기준 보조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연식변경을 거치며 가격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닉 5가 보조금 100%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새롭게 추가된 E-Lite HTRAC 덕분입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는 특이하게도 차량 최종 구매 가격이 아닌 같은 제원의 기본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배터리 용량, 구동 방식, 모터 출력이 같은 차량이라면 가장 낮은 트림 차량의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산정합니다.
아이오닉 5 E-Lite HTRAC은 77.4kWh 용량의 배터리, 전륜 후륜 모터가 적용된 AWD 모델로 차량 가격이 5,495만 원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50% 구간에서 딱 5만 원 저렴한 가격입니다. 즉, 가격을 낮춘 E-Lite HTRAC의 신설로 6,135만 원부터 시작하는 롱레인지 AWD 프레스티지 모델도 같은 보조금 100%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E-Lite HTRAC 트림 신설은 보조금 정책의 허점을 제대로 노리고 만들어졌습니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차량 가격이 오르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조치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인 만큼 안 좋은 시선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현대차가 아이오닉 6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 공개 당시 차량 가격을 5,500만 원~ 6,500만 원 대로 책정해 모든 고객이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구간은 기준 보조금의 50%만 지급되는 구간입니다. 곧 공개될 아이오닉 6의 가격표에도 E-Lite HTRAC과 같은 꼼수(?) 트림이 생길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토버프(knh@autobuf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