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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obuff Jul 30. 2020

아우디 e-트론 시승기, 대형 SUV도 전기 시대

아우디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트론이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이미 많은 제조사에서 전기차를 출시한 만큼 늦은 감도 있지만, 소형 전기차를 내놓은 타 브랜드와 달리 아우디는 시작부터 대형 SUV를 전기차로 출시했다. e-트론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형 전기 SUV 타이틀을 차지할 만큼 인정받았는데, 시승을 통해 그 진가를 체험했다.

시승은 아우디코리아 공식 딜러사인 한서모터스의 차량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한서모터스는 강원 영서지역인 강원도 원주에 위치하고 있어 수도권 동부지역, 강원 지역에서 접근성이 우수하고, 서비스 센터를 원주, 춘천에 운영 중에 있다. 

e-트론은 전기차지만 여느 전기차와 달리 8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유지했다. 공기저항을 위해 매끈하게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이질감을 줄였다. 때문에 파란색의 전기차 전용 번호판이 없다면, 쉽게 전기차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헤드램프는 LED를 활용해 디테일을 높였고, 범퍼에 좌우로 길게 굴곡을 넣어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낮은 지상고 때문인지 SUV보다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에 가깝게 느껴진다. e-트론에는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평상시 차고를 낮춰 공기역학 성능을 올려준다. 동시에 카메라로 측후방을 비춰주는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적용해 공기역학 성능을 높였고, 전기차의 하이테크한 느낌을 더했다.

테일램프는 좌우로 길게 이어진 디자인을 적용해 차체를 더 넓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테일램프 끝단 쪽으로 볼륨감을 더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e-트론은 순수 전기차인 만큼 머플러가 없는데,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범퍼 하단 양 끝쪽에 음각 디자인을 적용해 심심함을 달랬다. 

실내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시작으로 MMI 내비게이션, 컨트롤 디스플레이, 버추얼 미러 디스플레이까지 디스플레이로 가득하다. 또한 운전자 지향적인 레이아웃을 적용해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감싸는 느낌을 준다. MMI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해상도는 상당히 만족스럽고, 무선 카플레이를 지원해 편의성이 높았지만, 화면 위치가 하단으로 내려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트론의 MMI 디스플레이와 하단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모두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때문에 공조기 조작도 터치로 해야 하는 만큼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나, 햅틱 기능을 적용해 사용 환경을 개선했다. 단순히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는 터치가 되지 않고, 가볍게 눌러주면 진동 반응과 함께 눌리는 방식을 적용해 운전 중 잘못 터치할 만한 상황을 줄였다. 또한 온도조절은 터치한 상태로 위아래로 손가락을 움직여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시승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전자식 변속 레버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량들은 다양한 방식의 전자식 변속 레버를 적용하고 있는데, e-트론에 적용된 변속 레버는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e-트론의 전자식 변속 레버는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것은 물론, 사용해본 전자식 변속 레버 중 가장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이 가능했다. 

2열의 공간감은 대형 SUV답게 넉넉한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e-트론은 4륜 구동방식이지만, 센터 터널 없이 바닥이 평평하다. 후륜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중앙에 구동축을 적용해야 하는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앞뒤에 모터를 적용하면 되는 전기차의 장점을 살린 덕분이다. 덕분에 2열은 3명이 앉아도 충분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이 안 되는 것은 아쉬웠다. 

등받이 각도 조절의 아쉬움은 넓은 적재공간이 대체해 준다. 차급에 어울리는 넉넉한 크기를 자랑하며, 바닥도 평평해 사용성도 우수하다. 거기에 뒷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적재 용량이 1,725리터까지 늘어나며, 차박을 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보닛 안쪽에 전면 트렁크 공간도 제공한다.

e-트론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모터를 하나씩 적용해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7.2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부스트 모드를 사용할 경우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7.7kg.m의 폭발적인 출력을 자랑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장점 덕분인데,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지체 없이 가속하는 느낌이 내연기관 모델과는 전혀 다르다.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경험하기 위해 부스트 모드를 사용해봤다. 부스트 모드로 변경 후 가속 시 출력 상승효과와 함께 가속 페달 반응도 한층 더 민감해진 느낌이다. 제원상 부스트 모드에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7초가 소요되는데, 초반 가속감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 항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변속기에서 발생하는 손실 없이 가속할 수 있는 전기차의 강점이 그대로 느껴진다.

강력한 가속력과 함께 고속 주행 시에 안정적이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전기차는 엔진음이 없는 만큼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더 크게 와닿는데 e-트론은 방음 대책을 잘 마련했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 시 차고를 낮춰 한층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e-트론을 주행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이질감 없는 주행감각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걸리도록 기본 세팅을 한다. 하지만 e-트론은 기본적으로 회생제동이 강하게 걸리지 않도록 되어있어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를 적용해 필요할 때마다 회생제동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고속 주행 중 가볍게 속도를 줄여야 할 상황에서는 패들 시프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운전의 재미가 배가 된다.

또한 e-트론에는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적용되어 회생제동과 물리 브레이크를 차량이 자유롭게 조절한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충분한 회생제동을 할 수 있고, 회생제동의 한계를 넘어선 제동력이 필요할 때는 물리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잦은 브레이크 테스트를 해봤을 때에도 회생제동에서 물리 브레이크가 개입되는 느낌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던 것이었다. 반면 공차중량이 2.6톤에 달하는 만큼 제동에는 충분한 거리가 필요했다.

반면 버추얼 사이드 미러는 짧은 시승 동안 적응하기 어려웠다. 사이드 미러 크기가 작아진 만큼 공기역학 성능도 올라가고, 풍절음이 줄어든 장점이 있지만, 습관적으로 사이드 미러 거울에 눈길이 먼저 간다.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e-트론을 운행할 경우 충분히 편해질 것으로 예상됐고, 터널과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도 선명한 화질은 만족스러웠다.

아우디 e-트론의 배터리 용량은 95kWh로 일반적인 중소형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 대비 1.5~2배 수준이다. 11kW의 출력으로 완속 충전을 할 경우 8~9시간 정도 소요되며, 150kW급 급속충전을 활용할 경우 30분이면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시승 중 충전은 직접 해보지 못했지만,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150kW급 급속충전 시설을 이용할 경우 큰 불편 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00km의 거리를 주행했을 때 전비는 3.3km/kWh였는데, 공인 전비인 3km/kWh 대비 우수하게 나왔다. 시승 중 급가속도 자주 했고, 고속주행, 와인딩 주행을 같이 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만약 일상적인 주행 환경일 경우 제원상 주행 거리인 307km보다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우디 e-트론은 하이테크한 실내, 버추얼 사이드 미러 등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모델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모습과 달리 차선유지보조 옵션은 제외되어 1억 1,492만 원의 차량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화려한 겉모습에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이다. 그래도 몇 안 되는 대형 전기 SUV인 점과 150kW 급속충전을 통한 빠른 충전 등 e-트론 만의 강점이 있는 만큼 국내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토버프(knh@autobuf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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