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은 현대차와 기아를 놓고 최종 구입 단계까지 저울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테슬라-현대’, ‘테슬라-기아’를 최종 비교한 비율을 합친 것보다 많았는데요. 국내 전기차 시장이 3강 경쟁구도에서 글로벌 원자재 부족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한 테슬라가 밀려나면서 현대와 기아의 투톱 체제로 순식간에 변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임박한 중국 전기차의 진입과 함께 다각화될 경쟁구도에서 어떻게 시장을 지킬 지가 과제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22년 수행한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2,882명 대상)’에서 최근 3년(‘20~’22년) 전기차 신차 구입자 462명에게 구입시점까지 최종 비교한 차량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브랜드별 경쟁구도를 비교했는데요.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브랜드간 경쟁 규모를 보면 ‘현대차-기아’가 34.1%로 가장 컸습니다. 전기차 구입자 3명 중 1명이 두 브랜드를 놓고 마지막까지 선택을 고민한 셈이죠. 그 뒤로는 테슬라-현대차(12.9%), 테슬라-기아(6.4%), 기아-제네시스(6.0%), 현대차-제네시스(2.0%), 테슬라-벤츠(1.2%) 순의 경쟁 규모였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 3만8,688대와 기아 3만4,346대가 테슬라 1만4,571대)를 크게 앞섰으며, 그 뒤로 제네시스 1만1,266대와 벤츠 8,918대 순이었습니다. 테슬라는 2020년만 해도 판매 1위였고 2021년에는 현대차·기아와 함께 3강체제였으나 이제는 선두에 크게 밀리고 후발주자에게는 간발의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시장의 추세는 구입시점 경쟁구도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차-기아 브랜드 비교 규모(34.1%)가 테슬라-현대차(12.9%), 테슬라-기아(6.4%)를 크게 앞섬은 물론 그 둘을 합친 것보다도 1.7배 이상 컸습니다. 여기에 제네시스를 더하면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1대1 비교에서는 현대차가 다소 우세했는데요. 두 브랜드 비교 후 구입자(34.1%) 중 18.5%가 현대차를 선택해 기아(15.7%)를 앞섰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아-제네시스 경쟁규모(6.0%)가 현대차-제네시스 경쟁규모(2.0%)보다 컸던 점입니다.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 구입을 고려한 소비자에게는 기아가 현대차보다 우선적인 선택지였던 셈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테슬라는 다른 브랜드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우세했습니다. 즉 현대차, 기아, 벤츠와 테슬라를 비교한 소비자 중 더 많은 수가 어렵고 불리한 조건에서도 결국 테슬라를 선택했습니다.
게다가 테슬라 구입자는 같은 테슬라 모델 중에서 비교해 선택한 비율이 7.6%에 달했습니다. 현대차와 현대차, 기아와 기아를 비교한 비율이 각각 1.2%에 그친 데 비하면 압도적입니다. 그만큼 테슬라 구입자의 테슬라에 대한 ‘애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전기차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에 마냥 좋은 일은 아닙니다. 전기차의 대명사격인 테슬라는 지난해 5차례나 가격을 인상해 수산시장처럼 ‘시가(時價)’ 장사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으며, 금년에는 수차례 가격을 인하해 먼저 구매한 고객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수요 변화에 가격변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곧 들어올 중국차인데요. 그들의 진입 전략 핵심은 가성비가 될 것이고, 이는 시장 전체의 가격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국차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경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의 가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