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속도 하향이 낳은 ‘과태료 폭탄’… 운전자 혼란 속 정책 실효성
어린이 보호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회적 가치다. 하지만 그 의도를 실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면, 정책은 ‘신뢰’보다 ‘반발’을 부른다.
스쿨존 속도 제한을 20km/h로 낮춘 일부 지역에서, 단속 건수가 수만 건에 육박하며 운전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 중심엔 ‘하루 48건’이 과속으로 적발되는 도로가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스쿨존 앞 도로. 이곳은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17,554건의 속도 위반이 적발됐다. 전년도(18,779건)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스쿨존 단속 1위다. 평균을 내보면 하루 48명의 운전자가 이 구역을 지나며 ‘과속 딱지’를 받았다는 계산이다.
그 이유는 단속이 과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제한속도는 고작 20km/h, 승용차 기준 과태료는 7만 원으로 일반 도로보다 약 두 배나 비싸다. 게다가 이 규제는 어린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새벽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스쿨존 규제의 핵심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이다. 그러나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스쿨존 내 12세 이하 사고는 오히려 526건으로 5년 새 가장 많았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과태료 단속은 해마다 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들은 “이게 과속인가”라는 의문을 넘어서, “함정 단속이냐”는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다. 아이를 지키겠다는 정책이, 현실에서는 신뢰를 잃은 처벌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스쿨존에서의 사고 예방은 중요하지만, ‘24시간 획일적 적용’이라는 원칙은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 어린이 통행이 사실상 없는 심야 시간까지 시속 20km를 강제하는 현실에 대해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 실제로 이 시간대에는 도로에 차량만 있을 뿐, 아이들은 물론 통행인 자체가 드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정부와 경찰청도 한발 물러섰다. 2024년부터는 ‘스쿨존 탄력 운영제’를 도입해, 심야(밤 9시~오전 7시) 시간대 속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일부 지역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뉴욕주처럼 등하교 시간대에만 제한을 적용하거나, 국내 전남 여수시처럼 심야에는 50km/h를 허용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스쿨존의 본질은 단속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일률적 규제는 사고를 줄이기는커녕,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 수십 건의 단속이 이뤄지는 도로가 ‘위험한 곳’이라기보다, ‘이해되지 않는 규칙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면, 단속 카메라를 더 설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운전자가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규칙이야말로 진짜 안전을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