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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Sep 13. 2019

첫 번째 잡 인터뷰 (1)

judicial internship at the state court

disclaimer: 미국 법률, 법조계 용어를 가능한 한글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만,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픽션임을 알립니다.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 로스쿨, 아니 미국 대학이 그렇지만 여름방학이 10주 정도로 길고 겨울방학은 3주 정도이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겨울은 연말연시로 쉬고 여름 방학 때 (놀지 말고) 업무 경험을 쌓도록 강하게 요구되는 편이고, 이때 좋은 경력을 쌓는다면 여러 가지 자기의 부족한 점을 make up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학년 마치고 하는 여름 인턴이 거의 채용으로 직결되는 편이고(투엘 써머라고 불리는.) 1학년 마치고 하는 여름 인턴(원엘 써머)은 무엇을 해도 괜찮지만 절대 공백으로 둬서는 안 되고, 법률 관련된 경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 계절학기를 듣거나 교환학생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 계절학기 듣는 것은 별로 권장되지 않고, 교환학생 가는 급우들은 로스쿨 입학 전에 법률 관련 경력이 조금 있어서 굳이 원엘 써머에서 더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나는 이도 저도 아니기 때문에 뭔가 일을 해야 했다. non-US 시티즌으로 로펌에서 파트타이머 정도의 급여를 받으면서 인턴을 하는 것은 피해야 했고, 남는 것은 미국 공공기관 혹은 무료 법률 봉사.


사실 로스쿨 1학년 1학기부터 이미 커버레터니 레주메니 이런 것들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지난 학기 하반기에는 커버레터 작성법 인포메이션 세션(mandatorily required to attend) 도 있었다. 뭐 다음 학기부터 준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봄 학기 초부터 job fair(채용 박람회)가 있으니 그전에 최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고 여러 번 메일이 왔는데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 한창 심란할 때였고, 바쁘기도 했고, 원엘 써머 잡(1학년 마치고 하는 여름 방학 인턴) 걱정은 2학기부터 했으면 했다.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됐고, 지난 학기 성적이 나오고 나서는 너무 심란했다. 더군다나 커리어 센터 요청에 제대로 응답조차 하지 않았으니 이대로 방치되고 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특별히 방법이 있나. 다행히 커리어센터의 문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번 메일 씹은 건 미안하다고 했다. 어쨌든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되니까.


오늘 수업 마치고 우연찮게 급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학부 졸업하고 바로 진학한 케이스가 많다 보니 레주메에 적을 게 없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면에서 난 좀 걱정이 적은 편이었다. 직장 경력이 있다 보니. 비록 미국에서의 경험은 없었지만, 여백을 채울 만한 무엇인가는 있었다.


어쨌든 커리어센터와 상담을 하고 나니 걱정은 한결 덜했다. 1L summer때의 경력은 법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괜찮다고 했으니 뭐라도 되것지, 라는 생각이었다. 학기가 진행되고, 잡 페어에 가는 급우들이 부럽기도 했다. 실제 채용과 연결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터뷰 경험을 쌓게 되니까. 혹시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job opening이 생겼을 때, 인터뷰 경험 없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커리어 센터에서 나에게 맞는 job opening이 있어 알려줬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와는 꽤 먼 곳의, 그러나 내 직장 경력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지원자를 찾고 있었다. 더군다나 원엘도 뽑는다고 하니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역에 대한 선호는 특별히 없다. 괜찮은 일자리만 있다면. 모집요강의 그 회사는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일자리였고, 지원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는 빅 로펌에 속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래도 그쪽 동네 지원자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었고, 원엘은 뽑는다고 해도 극히 드문 숫자만 뽑으니까. 답변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클 테지. 혹시나 하는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지만 그저 지원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여기서 연락 안 왔음)


학교에서는 1L summer job을 위한 자그마한 OCI(on campus interview, 인터뷰어들이 학교 방문해서 면접을 진행하는 채용 절차)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것 지원 절차도 놓쳐버려서 커리어 카운슬러가 늦었지만 어쨌든 조치를 취해줬고, 덕분에 3월에 진행될 OCI에 지원할 회사를 추렸다. 특별히 마음에 가는 회사는 없었다. 유학생이라는 신분도 있고 또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빅 로펌에 1L부터 일하게 된다면 당연히 하겠지만, 가능성이 극히 드문 일에 여력을 쏟고 싶진 않았다. 2L 써머도 아니었고, 그게 아니라면 나는 1L 성적을 올리는 일이 더 중요했다. 빅 로펌을 제외하고 어딘가에 내가 소신 지원을 한다면.. 평생 앞으로도 해볼 일이 없을 것 같았기에 Public interest 혹은 non profit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무료 법률봉사 단체라든지, 아니면 조그마한 공공기관 같은 데서 일하면 1L summer로서 꽤 괜찮은 경력을 쌓게 되는 거라고 봤다. (내 상황에서). 그리고 몇몇 비영리 법률 단체는 꽤나 전통 있고 유명하기에 경쟁도 꽤 치열하다고 한다. 부여되는 업무도 적지 않다고 하고. 소규모 혹은 1인 로펌에서 일하는 것은, 정 아무것도 안되면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두고자 했다. (물론 그쪽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채용 공고가 올라왔고 "한국어 가능자 선호"가 있기에 여기도 지원을 했다. 무시하는 건 아니다만, 최소한 이곳은 되겠지. (근데 떨어졌다)


나머지는 꽤 커 보이는 로펌들 혹은 조그맣더라도 직장 경력과 조금 연관이 있어 보이면 지원했다. 스무 군데 넘게 지원한 것 같았다. 더 지원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글쎄... 사실은, 정말로 "빅 로펌"이 아니면 아직은 로펌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미 직장 경력이 있었기에.. 물론 company와 law firm은 다르지만, 어쨌든.


그 외에도 비영리 단체 몇 곳과 주 정부기관 등에 지원을 했다. 여기는 되면 무조건 가려는 생각. 학교에서 론칭한 프로보노 프로그램(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 법률 봉사)이 있었는데, 여기도 지원했다. 학교 교수가 director가 되고 밑에 변호사 한 명이 supervising 하는 프로그램. 프로보노도 1L때 꼭 해보고 싶은 참이었고, 더군다나 우리 "학교"에서 론칭했다고 하니, 이건 교수랑 잘만 얘기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것만 되어도 이력서에 쓰기에 괜찮은 경력이라고 생각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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