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질서가 심한 곳이 있다. 라테를 시전 하며 이 정도는 괜찮아. 참아야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하가 꿈을 꾸고 있는 곳은 메이크업 숍이다. 아직 어시스트인 정하는 담당 디자이너가 오기 전 화장품 정리를 하고 손님의 피부 결 정돈 정도까지 해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뒤 전체적인 것은 담당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손님이 가면 그날 사용한 화장품 도구를 정리하는 것도 정하의 몫이다. 그것이 각자 맡은 역할인 것이다.
할 말을 또박또박 잘 말하는 정하는 진주 눈에는 눈엣가시다. 심지어 고객이 직접 정하를 선택해 "오늘은 정하 씨에게 받으려고요"라고 말하기까지 하고 출장을 갈 수 있는지까지 물어보는 고객이 생겼다.
진주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내가 진주여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모두 진주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자신의 밑에서 배우고 있는 어시스트가 자기보다 더 잘하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불안감도 느꼈을 거 같다.
그럼 이번엔 정하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아직 어시스트라 고객을 전담으로 맡을 수 없는데 자신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이 있고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심지어 출장까지 와서 메이크업을 맡아달라고 하니 진주의 눈치도 보이고 규칙도 어기니 정말 곤란했을 거 같다. 이 모든 건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남다른 센스가 따라주기 때문에 빛을 발하는 거 아닐까 싶다.
내 눈엔 진주는 점점 치고 올라오는 정하를 질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괴롭히고 기싸움하는 건가 싶다. "꼬이는 건 푸는 것보다 잘라 버리는 게 쉬워. 둘 중에 한 사람 남아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나야"하며 정리돼있는 샘플 통을 바닥에 던져버린다.
대사를 받아 적다 그만 멈춰버렸다. 숨이 막혔다. 도대체 저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정말 누구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상사의 괴롭힘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라면 샘플 통을 정리하고 화장실 가서 엉엉 울었을 거 같다. 그리고 진주 선생님을 볼 때마다 자꾸 구겨져 결국 도망갈 거 같다. 도망은 한 번 해봤으니 그걸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