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넘어서도 영단어/표현을 외워야 하는 이유

by 가을

나를 포함해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데 못한다.


무슨 말이냐면, 비영어권 중 우리나라만큼 표준 교육 과정에서 영어를 강조하는 곳이 많진 않기도 하고 다들 해외여행도 자주 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회화는 할 수 있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다들 외국에 떨어져도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일로서 영어를 접하게 되는 사람들일수록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다. Native와 깊은 대화를 할수록 내 영어와의 격차가 느껴지고, 동등한 business partner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의 좌절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후자의 경우를 지난 커리어 내내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원인인지는 집어내지 못했다. 어렸을 때 어학연수를 가지 않은 탓이라고 뭉갤순 있지만 그렇다면 영원히 해결이 안되지 않는가! 원인을 알아야 고칠텐데 그러지 못한 세월이 이어진 것 같다.


그런데 출국을 앞두고 영어 회화 강의를 십수번 들으며 (링글 만세!) 처음으로 내가 뭐가 부족한 건지 더 명료하게 집어낼 수 있게 되었다. 튜터들에게 반복적으로 지적 받았던 내용들은 아래와 같았다.


1. 대답이 lengthy할 때가 있다

같은 내용의 문장을 paraphrasing만 한 것 같은 느낌으로 두번 얘기하거나,

혹은 한문장으로 충분히 효율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두세문장으로 풀어 얘기할 때가 있다.

왜 그렇게 할까? 내가 처음에 얘기한 문장이 의미를 잘 전달했는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즉 내가 구사한 단어와 문장에 대해 확신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2.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쓴다.

예를 들어 i like the philosophy of your company라고 얘기한 후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 동사 like를 주구장창 쓴다. resonate with me, struck a chord with me와 같은 표현들을 제안 받았다.

왜 그렇게 할까? 변명의 여지 없이 어휘력 부족이다. 수능 이후로 단어장 외운적이 없으니.. 이건 아래 3,4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3. idiom 표현을 잘 모른다.

위의 struck a chord가 여기에서도 좋은 예시인데, 한국말로 직역이 안되지만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얘기하면 native 입장에서도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4. ‘단순한’ 혹은 ‘너무 쉬운’ 단어 중심으로 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할 때, 내가 처음에 썼던 표현은 the company has great capability in technology 였다. 일단 ‘great’은 너무 넓어서 (‘좋은’ 기술력, ‘좋은’ 역량 같은 느낌.) formal한 업무 말하기에서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안으로 the company has ‘proprietary’ technology와 같은 표현을 추천 받았다.


링글을 통해 반복적으로 말할뿐 아니라 여러 튜터들에게 피드백을 듣고 이를 정리해보니 위 포인트들이 처음으로 정확하게 정의되었다. 즉 나는 초중등학교 수준의 영어를 써온 것이다.


그럼 어떻게 레벨업을 해야 하는가? 내가 어떻게 지금의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방법은 매우 예상가능한 것이다. 나는 내가 늘 지금의 후준으로 얘기해온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대학교 2학년때 나갔던 토론대회 대본집(tv로 방영된 대회라 나중에 대본집이 책으로 나왔었음)에서 내 발언을 보니.. 정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표현들이 많았다. 그냥 잘 몰라서 얘기한 내용뿐 아니라, 지금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말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워딩을 쓴 경우가 정말 많았다.


20살 넘으면 사람이 성장하긴 어렵단 얘기도 있는데 나는 그럼 어떻게 지금의 한국말 말하기를 갖추었는가? 돌아보면 나는 verbal/written communication이 정말 heavy한 직종들을 거쳐왔다. (컨설팅, vc - 거쳐간 모든 회사에서 별명이 발표 및 보고서 머신이었음) 그 속에서 수많은 보고서, 발표 샘플을 보고 그럴듯해보이는 용어, 단어, 문장은 기억했다가 따라하고, 그게 먹히면 계속 쓰고, 그러다보면 내 버전으로 또 응용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어는 모국어이니 리스트를 만들어 달달 외울 필요는 없지만 영어는 다르다. 결국 back to the basic, 고딩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단어장을 펼치고, 구문을 통째로 외우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어떤 부분이 떨어지는지가 정리되니 단순히 ‘영어 공부를 많이 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플랜을 세울수 있게 되었다. 현재 세운 데일리 공부는 아래와 같다.


콘텐츠 소비는 브런치 글 제외하고 되도록 영어로. 모르는 표현은 대충 짐작하고 넘기지 말고 무조건 따로 적어놓고 틈틈히 외운다.

단어뿐 아니라 구문 단위로 외운다. 특히 idiomatic 표현!

내가 관심 있는 업계 관련 영어 콘텐츠 중심으로 소비한다. 드라마를 골라도 최소 회사를 배경으로 한 곳을 고른다. (이게 좋은게 경각심과 동기부여가 같이 된다. 최근 엄청 빡센 로비스트 캐릭터를 다룬 영화 미스슬로운을 영어자막 놓고 다시 봤는데, 저런 사람들 속에서 영어로 일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니 조금 기대되면서도 + 배려 따윈 없이 미친듯이 쏟아내는 native speakers in professional industry를 보니 정말 반도 못 알아듣겠어서..허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출국을 앞두니 겁도 나고 고민이 많았는데 작게라도 action item을 만드니 조금 마음이 나아진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산 사람들에 비하면 많이 믖었지만 그만큼 더 집중하고 절실하게 노력하면 70-80프로는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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