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_여탕에 다녔던 남자

젠장, 젠장, 젠장




※월요일을 앞두고 웃자고 쓴 글이오니

죽자고 항의하시면 아니 되옵니당~


나는 여탕에 다녔다.

국민학교 1학년 때까지 잠깐...


그 시절, 내 아버지의 직장은 지방에 있었기에

나는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어머니는 가끔 주말 새벽 4시에 나를 깨웠다.

통금이 있던 시절이라서

동네 목욕탕이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다.


그렇게 여탕에 들어갔다. 어머니와 함께.

그 당시 또래들보다 내 키가 훨씬 작았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네다섯 살 정도로 보였을 것이나

그래도 사내아이인지라

새벽 4시에 여탕으로 데려가셨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나는 독자라서 남탕으로 데려가 줄 형이나

함께 남탕으로 갈 남동생이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독자)


처음엔 몰랐다가 여탕에 몇 번 가다 보니

내가 남들과 다른 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게 부끄러웠다.

탕 안에서 지나가던 누나들이 한마디 한적도 있다.

"어머, 얘 좀 봐"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그래서 바가지로, 수건으로

나의 무엇인가를 가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반가운 '남자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욕조에 걸터앉은 같은 반 남자 친구 옥OO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우스웠던 건, 나야 키가 작았지만

그 녀석은 반에서 키가 큰 편에 속해서

나이를 속이기가 어려웠던 친구였다는 점이다.

"이야~, 너도 왔구나"

나는 반가워서, 매우 반가워서 인사를 했는데

그 친구의 떨떠름한 표정이란...


또 다른 어느 날,

드디어 일은 터졌다.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보다 먼저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어멋" 하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 눈 앞에는 몸에 남은 마지막 언더웨어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같은 반 여자 친구 이OO이 있었다.


이를 어쩌나...

나는 겨우 한다는 말이,

"너도 이 목욕탕 다녔어?"였다.


아마도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여탕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로부터 십 수년이 흘러

아이러브스쿨이라는

동창 만남 사이트가 열풍을 일으켰을 때

혹여 그 두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만약 만났다면,

OO 목욕탕 여탕 커뮤니티 하나 만들자고 했을 텐데...


혹시 이제까지 내가 싱글인 이유는

이OO 친구의 저주 아닐까?


1800_0_MG_0394.jpg 인도, 바라나시, 영험한 강이라 해서 온 가족이 강물에 목욕을 하고 있다.


#목욕탕 #여탕 #동창의 #저주인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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