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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h Jan 17. 2024

일 년 하고도 3개월 만에 다시 이어가는 한국 여행기

일 년 하고도 3개월 만인데 기억이 날까..?

늦여름이라고 불러야 했던 좀 더웠던 가을.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80년대 홍수도 뚫고 어떻게든 출근하시던 우리네 선배님들과 같은 열정이 나에게도 있었나 보다. 코로나와 태풍(힌남노)도 나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난 한 시간이나 빨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그날의 열정 반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루에 약속 2탕 이상은 기본으로 달렸었다. 나의 금 같은 한국에서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며, 약속과 약속 사이의 빈 시간엔 열심히 혼자 놀아보았다.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와 한강라면 먹기가 꽤 오랜 기간 동안 나의 whish list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전거 타기는 성공했지만.. 라면은 배가 너무 불러서 먹지 못 했다. 냄새 만이라도 맡았으니 괜찮다.

어림잡아 16-17년 만의 자전거 타기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처음엔 너무 오랜만이라 넘어질까 무서웠는데 인증샷을 남기겠다며 한 손엔 핸들,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달리는 날 발견 할 수 있었다. 이날 내 허벅지는 터질 듯 불타올랐지만 자전거 타기에 빠져 아픔도 잊은 채 대여시간 1시간 동안 풀 논스톱으로 달렸더랬다.

저기.. 저 혼자 왔는데 왜 빨대 두개…


많은 친구들을 한국으로 떠나보내며 미국에서의 인연들을 다시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들과의 이별이 더 슬펐던 이유는 항상 남겨지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맙게도 그들을 다시 만나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린 학생이었고 그저 편한 동네 언니, 동생이었는데 어느새 번듯한 직업을 가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조금 우아해진, 조금 멋있어진 언니같은 동생들


가을이었지만 한여름 날씨인 덕분에 부츠 속 내 다리엔 정말 오랜만에 (거의 13년?) 땀띠가 났다. 항상 내가 먼저 비켜주던 좁은 길에선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 주게 만드는 든든한 언니 같은 동생 덕분에 난 오랜만에 쫄지 않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루종일 그 핫한 혜화 대학로를 검은 봉지와 함께 누비다 결국 난 참 마음에 드는 인생 네 컷 두장과 검은 봉지를 함께 잃어버렸다.

한국 여행 내내 메고 다녔던 나의 핑크 애착가방, 이젠 사진으로만 남은 사진, 그리고 검은 봉지..

그때 그 습도, 공기 잊지 못해


15년 만에 돌아온 친구에게 민주는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었나 보다. 민주네 집 앞 천일홍 축제엔 비록 천일홍이 피기 전이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꽃이 만개하기 전이라 좀 이른 감이 있었다.)

내 기억 속, 자칭 꽃동산이라 부르던 고향의 어느 코스모스가 만개했던 길이 항상 그리웠다. 그리고 여기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보며 그 그리움으로 비어있던 칸을 채울 수 있었다. 다시 이곳이 그리워지겠지 생각하니 코 끝이 살짝 찡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민주와 했던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아파도 마지막까지 잘 놀아보겠다며 주사 맞고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던 우리다(약 먹을 시간이야!). 지금 생각해도 우리가 너무 귀엽고 웃기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 다 해보게 해 주겠다던 민주의 노력이 고마웠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맙다!


나의 로망이던 교복 입고 롯데월드 가기, 한복 입고 경복궁 가기를 덕분에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30년 전후 비교샷을 만들어 보내주며 60대가 되어도 우린 똑같을 거라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백 퍼센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마음 만은 항상 소녀니까!


신병 훈련기간 동안 이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곤 했다. 마음 만은 소녀지만…


그리고 오빠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외국인이니? 외국인하는 것만 하고 다니네!


그리고 난 대답했다. 나 외국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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