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로 살아가기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나는 늘 나의 처음만 기억했다.
부모님에게도 처음은 있었을 텐데.
군에 입대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던 것 같다.
엘리멘탈이 개봉해 흥행하고 있을 즈음,
친구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그때 영화를 보며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엠버가 부모님을 떠나
먼 곳으로 인턴을 떠나는 장면에서
내가 부모님을 떠나 군에 입대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이
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잠깐, 눈물이 흘렀다.
친구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요즘
다시 엘리멘탈을 보게 됐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시작부터 눈물이 났다.
누가 들으면
애니메이션이 뭐가 그렇게 슬프냐 하겠지만
정말 시작부터 눈물이 났다.
그것도, 펑펑
내 가족도, 내가 살던 본토도 뒤로한 채
모든 것을 두고 떠나온 아슈파와 엄마.
처음 입국 심사 장면에서는
부모님의 처음을 떠올렸다.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내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되지 않아
새로운 이름을 얻어야 했던 시간들.
그렇게 불같은 생존력으로
우리의 보금자리를 제 손으로 일구어 내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어
이제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내 눈물샘을 자극했던 장면은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아슈파의 꿈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엠버의 마음이었다.
나도 그랬다.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려면
나는 젊은 날의 도파민쯤은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딸이 되어야 한다고,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야 한다고.
엠버도 그랬을 것이다.
비록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 않아도
아슈파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웨이드의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엠버는 분명 문화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그 분위기에.
나 또한 어느 순간
세상에는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엠버는 자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지극히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인턴 제안을 받은 엠버는
왠지 모를 화가 난다.
누군가는 이런 자유로운 삶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
나는 그 자유를
자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났었다.
엠버의 보라색 불빛이
나에게도 있었다.
내게는 지켜야 할 부모님이 있고,
나를 위한 희생에 보답해야 할
아슈파가 있기 때문이다.
엠버의 모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나는 내 삶을 보게 되었다.
엠버는 가족을 지켜냈고,
부모님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었다.
"사실은 나,
가게 물려받기 싫어요."
아슈파는 말했다.
“네가 내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내 꿈이 아니라,
네가 나의 꿈이야.”
"나,
더 나은 삶을 위해
군대에 입대할게요."
아빠는 뒤돌아 눈물을 흘리셨다.
당신이 모자라서
귀한 딸이 그런 선택을 한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셨을지도 모르겠다.
입대하던 날의 부모님 마지막 모습이
엠버가 떠나며
부모님과 인사하던 장면과 겹쳐졌다.
엄마, 아빠.
우리 이 시간 잘 견뎠다.
우리가 해냈어.
피닉스에서
귀한 딸이자 자랑스러운 딸,
당신의 꿈
엠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