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서니 남편은 저녁을 하고 있었고, 첫째는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둘째와 함께 들어오는 나를 보고 반가워 이쪽으로 오려는 첫째의 발걸음도 물리치고, 모모는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내 앞에서 폴짝폴짝 서너 번을 뛴다.
그것으로도 기쁨을 미처 표현하지 못했다는 듯, 뒷발로만 딛고 서서 앞발로 내 얼굴을 폭폭 누르고핥으며 온몸이 살랑이도록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너무 반갑다고. 너무 많이 보고 싶었다고.
나도 보고 싶었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저녁에 해야 할 일들 - 아이들 씻기기, 저녁 먹고 뒷정리, 설거지하기, 청소기 돌리기 - 가 있으므로 일단 빨리 옷을 갈아입고 저녁이 준비되는 동안 아이들을 씻겼다.
제발 둘 중 누구 하나 울지 않고 샤워를 끝내는 미션만이 머릿속 한가득이었다. 보통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첫째를 씻겨놓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두 아이가 샤워하는 동안 티격거리다가 울 확률이 70% 정도 올라가니까.
별 탈 없이 샤워를 끝내고는 한숨을 돌리니 저녁이 차려졌다. 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데 뭔가 허전하다.
모모 어디 있지?
저녁 식사 시간마다 우리 테이블 옆에서 뒷발로 서서는 무얼 먹는지 까만 눈동자를 테이블 위에서 떼지 않는 녀석. 동시에 눈동자만큼이나 까만 코를 테이블 위에 대고 벌름거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 발 아래쪽에 앉아 있으면서 음식이 떨어질 기회를 엿보는 녀석인데. 가장 좋아하는 치킨 요리가 식탁 위에 있는데도 모모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불러도 나타나지 않아 남편이 모모 방(모모가 잘 가는 우리 방 옷장)에 갔더니 그곳에 혼자 가만히 있었다. 데리고 거실로 나와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걸음걸이가 심상찮다. 다리가 살짝 흔들거리는 것 같아 몸을 살피니 파르르 파르르 아주 작지만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전날 밤, 모모는 경기를 일으켜 남편과 나는 새벽같이 깨 모모를 진정시키고, 우리 침대에서 함께 잤었다. 전날 밤의 일이 무색하듯,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쌩쌩하게 나를 반겨주었으면서, 갑자기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떠는데 혼자 있으려고 하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개들은 몸이 아프거나, 안 좋을 때 주인이 걱정할까 봐 숨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모모가 아주 어렸을 때 예방주사를 맞고 온 날, 안 그래도 아이의 몸집에 비해 주입하는 약의 양이 너무 많아 보였는데 집에 와서 1-2시간 후쯤, 아이가 비실비실 하더니 자꾸 소파 뒤쪽으로 숨었던 적이 있다.
당시 좋아하는 음식을 코앞에 가져다주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물을 갖다 주어도 마시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다가 어떻게든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마음에 물에 꿀을 약하게 타서빨대로 - 손끝을 이용해 빨대 한쪽을 막고 중간까지 꿀물을 빨아들인 후 입 안에 가져가서 빨대 끝 부분을 놓는 방식으로- 주었는데, 할짝할짝 조금씩 마시더니 밤이 되어서야 기운을 차렸던 녀석.(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꿀물이 강아지에게 그리 좋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몸을 떨고 있으니 일단 따뜻하라고 품 안에 껴안고 온몸을 손으로 어루만지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모모가 항상 사용하는 강아지용 방석을 소파 위로 갖고 올라와 그 위에 눕힌 후 첫째의 두꺼운 재킷을 모모의 몸에 덮어 주었다. 강아지도 감기에 걸리나? 마치 오한이 든 것처럼 떨고 있었다.
수의사에게 전화를 해야 할까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일단 모모가 가장 좋아하는 우유를 조금 줘보기로 한다. 마치 목이 무척 말랐다는 듯, 작은 종지 그릇에 담긴 우유를 모모는 금세 먹어치웠다. 물을 갖다 주니 쳐다도 보지 않아, 또 우유를 줘볼까 하니 모모의 귀가 쫑긋 한다. 작은 그릇을 가지고 부엌에서 조심조심 걸어오는 둘째에게, 모모는 어느새 마중 나갈 기세다.
두 번째 우유도 깨끗이 핥아마신 후 모모는 더 이상 몸을 떨지 않았다. 몇 분 후에는 기운도 차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날과 다름이 없다. 천만다행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모가 숨으려 들면 심장부터 내려앉는다.
모모는 올해 7살.
아직은 이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모가 숨으려고 하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울렁거린다. 평소에나 좀 잘하지. 꼭 이렇게 일이 한 번 터질 때, 잘해주지 못했던 기억들이 이때다 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나라는 미천한 인간.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모모와 함께 장난치고, 게임하고, 산책 다니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첫째가 태어난 이후부터, 그 시간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모와의 시간이 줄었는데, 종종 모모가 함께 놀자고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다가와도 길어야 3분 정도 당기기 게임 후 그만하자고 하는 식이었다. 그마저도 어쩌다 한 번 한다 이제는.
생각해 보면 퇴근 후 돌아오는 문 앞에서 나를 그렇게나 반겼지만, 5초 머리와 배를 쓰담쓰담하며 잠시 웃은 것이 다였다. 회사라도 나가는 날이면 저녁에 돌아와 보는 시간이 전부인데, 아이들 샤워시킬 생각, 그 외의 집안일 생각에 모모는 가장 뒷전이었다.
모모는 우리에게 와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집에 두고 아이 학교에 데려다주러 간 사이, 내 가방 속에는 항상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 뒤져 한바탕 홀로 파티를 한 후, 바깥이 보이는 창가 근처의 테이블 위에서 우두커니, 마치 라이언킹의 심바 얼굴을 하고 포즈는 무파사(심바 아빠)처럼 서서 우리가 언제오는지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가기 전에 모모야 금방 올게 하고 닫힌문 뒤에서 흐르는 모모의 시간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만회하려면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아주 미미해서 리스트에 쓰기도 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본다면.
너의 젖은 코가 타자를 치는 나의 손을 밀어내고 다시 너의 겨드랑이를 긁어달라고 조르면, 글쓰기를 멈추고 너를 더욱 많이 쓰담쓰담해 주기.
너의 최애스팟인 턱 밑과 배를 더 자주 긁어주기.
네가 엉덩이를 들이밀고 내 옆에 딱 갖다 붙이고 자려거든, 기꺼이 한 침대에서 자기. 내가 좀 끝으로 가도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