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10days 에세이트레이닝-9일차

by 시월
공수래 공수거 바람처럼 부질없는 것 왜 다들 그렇게 잡지도 못할 걸 쫓고 있나
공수래 공수거 거품처럼 사그러질 것들 욕심을 버리고 하늘을 봐 그대를 노려보는 눈이 느껴지는가
-HOT, 열맞춰 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가. 아빠의 트럭을 타고 시골 할머니댁에 갈 때 카세트 테이프를 내밀면, 아빠는 노래같지도 않은 걸 틀어달라고 하면서도 기꺼이 몇번이고 테잎이 A면과 B면을 왔다갔다 할 시간을 기꺼이 주셨다. 그러면 자동차 스피커에서 나오는 HOT의 모든 노래를, 빅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열심히 따라부르곤 했는데, 그 중 '열맞춰'를 부를 땐 약간 당당하지 못하게 불렀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가사 중에 '저질이라고, 불쌍하다고' 이런 부분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저질을 말할 때 부끄럽고 민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수래 공수거'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반복했던 탓인지, 이십수년이 지나도록 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 전 HOT 완전체 공연을 남편과 보다가 모든 곡을 자연스럽게 따라부르는 모습에 스스로 놀랐으니. 다만 달라진 것은, 이제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공감이 된다는 것.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수년 사이에 돌아가신 세 분의 조부모님의 모습이 그랬다. 살아계실 때도 많은 것을 지니고 계시진 않았으나, 가시는 순간에는 정말 아무 것도 가지고 가실 수 없다는 것을 참으로 가까이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고 자식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남기고자 하는, 노래에서 지적하는 그 욕망이 계속해서 꿈틀댄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는 사랑하는 가족이, 친구가 함께 시너지를 내는 느낌인데, 간혹가다 혼자라 느껴질 때는 처절하게 외롭다. 자꾸만 무엇인가를 시작하고야 마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신을, 그래서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들도 '도대체 왜 저러나'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그렇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려 이것저것 배우고 시도하는데, '그럴 필요 없는데 굳이..?'라는 의구심을 입밖으로 내고야 말 때가 그렇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교사로서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혹은 어떻게 하면 좋다는 잣대나 나름의 꿀팁(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아닐지도)을 전하는 데 조금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을 때가 그렇다.


철저히 나만의 인생이라 그런가. 사는 게 늘 새롭고 수수께끼 같은데 즐거움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막막함과 두려움이 느껴질 때. 그 때 그렇다.


실은 자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