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왜 <그림 속 보물찾기>를 쓰게 되었나
대학에서는 시각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문화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문화재재단에서 일을 하며 서울에 위치한 우리의 궁들을 드나들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관람객에서 직원이 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림뿐 아니라, 조각도, 공예품도 어느 하나 꼽을 것 없이 다 소중하고, 예쁘고, 좋았다. 그래서 "문화재"라는 다소 큰 틀을 가진 공부를 더 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에 나는 덕수궁을 가장 좋아했고,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덕수궁은 한국 고유의 문화에 바다 건너 외국의 문화도 섞여 있는 곳이다. (높은 빌딩 속, 겉모습의 기와들을 바라볼 땐)아 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역사의 아픔도 있는 곳이기에 마음이 더 쓰였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것은 전통적인 것 대로 아름다우면서도 우리 것에 외국의 것이 가미된 그런 문화재가 흥미로웠다.(총석정절경도 같은 그림도 전통회화에 외국의 화풍이 섞여 있는데, 이런 분야의 그림이 너무 흥미로웠다.)
고심 끝에 문화재전공 석사생이 되었고, 바다 건너의 근원을 찾다 보니 서양미술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15세기 회화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쓰게 되었고, 어쨌든 지금의 관심사는 "중세미술"이 되었다!
중세는 "끊임없는 신과의 대화"의 시대이다. 중세 사람들에게 신은 전부였고, 닿고 싶어 하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대부분 그림의 주제는 당시 서양의 종교였던 '가톨릭'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시스티나 경당 천장에, 라파엘로의 <성모자>는 시스토 성당 제단에 봉헌된 그림들이다.
중세인들은 글을 잘 몰랐다. 그래서 성당에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교리는 성당 내에 벽화로, 조각상으로 만들어졌고, 중세 후기로 갈수록 성당의 높이는 점점 높아지며 신에게 닿기를 소망했다. 그들은 빛을 신으로 여겼고, 신성한 그 빛이 통과하는 창문에는 색색의 이미지를 넣어 교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이미지를 통해 교리를 배우게 되었고, 화가들은 그림 속에 이미지, 즉 상징물들을 그려 넣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흔히 고전미술이라 불리는 시대의 그림들을 보면 '이 그림에서 촛불은 뭘 의미하지? 그림의 주제랑 어떤 관계지?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 마련이다.
수수께끼 투성이인 얀 반 에이크의 그림은 그 시대의 상징을 알아맞혀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이다. 그림 구석구석을 뜯어보면 보물 찾기가 따로 없다. 유럽의 어느 시대인지, 어느 지역인지, 화가가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등 많은 이야기를 숨겨 놓았다.
이렇듯 중세미술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재미를 주는 예술작품이 많다. 흔히들 중세는 암흑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사실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절절한 노력이 많았던 시기이다. 내가 앞으로 쓸 이야기들에 "보물찾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는가! 잘 알지 못하기에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 속 상징들, 그렇기에 그냥 한번 보고는 말았던 그림 속 주인공들. 암흑의 시대에서 건져 올려진 작품들, 그 작품 속에 담긴 수수께끼 같은 보물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