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ron jaune (노란 레몬)
한국에서 제과점 과장으로 있었을 때 SNS를 통해 그의 디저트를 처음 보았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내 삶에 작은 변화를 준다. 그의 제품을 사진으로 마주하기 전까진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 나라의 셰프들이 만든 화려하고 개성이 넘치는 디저트를 마주할 때마다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과일 디저트는 달랐다. 수많은 디저트들 중에서 왜 그의 디저트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제품의 맛에 대한 호기심보다 배움에 대한 두서없는 욕구가 더 강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사용하며, 먹을 수 있는 주변의 모든 것을 디저트로 다시 재 해석하는 것' 그리고 그날 이후, 전에는 무시하고 나와 다른 세상의 것들이 이제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다. 나를 마치 홀린 것처럼 프랑스로 오게 만들었던 그의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Cedric Grolet, 2013년, 30살의 나이인 그는 파리의 Palace 등급의 호텔 'Le Meurice' 총괄 제과 셰프가 된다. 그는 단순히 전통적인 디저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과일을 흉내 내지 않고 과일의 표면의 질감, 향, 맛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과일 디저트로는 독보적인 세계적인 셰프다. 전 세계를 돌며 수업을 하고 그의 제품을 마주한 사람들은 실제 과일과 똑같다는 (Trompe l’oëil - 착시현상 ) 찬사를 보낸다. 그는 가장 단순한 디저트가 가장 만들기 힘들고 복잡하다고 말하며 장식이 많은 디저트는 감추기 위해 덧붙이는 불필요한 요소일 뿐이라고 말한다.
Lorsque mes clients me demandent
: pourquoi les fruits?,
je leur reponds que ça vient d'abord
de l'éducation très simple
que m'ont donnée mes parents.
나의 고객들이
나에게 “왜 과일인가요?”라고 물을 때,
나는 부모님이 나에게 준 교육에서
온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우리의 첫 만남
파리의 Le Meurice 호텔에서 그의 레몬 디저트를 처음 먹었던 것은 2019년 봄이었다. 성인 손바닥의 절반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그의 디저트는 실제로 마주했다는 사실에 감격이 밀려왔다. 한참을 두고 관찰하다가 칼로 조심스럽게 잘랐다. 겉이 바스락 깨지면서 안에 레몬 조각들이 흘러나온다. '과일보다 더 과일의 맛을 증대시키고 싶다'라는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레몬즙이나 레몬의 껍질이 들어가서 제품의 향을 북돋아 주거나 시각적인 효과를 내는 다른 제품과는 본질이 다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맛있는 레몬을 먹었다.
Je n'oublie jamais que chaque fruit
est unique et que sa saveur
doit être soulignée de manière specifique.
나는 각 과일의 독특하고 그것의 맛이
특별한 방법으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단순함 속의 복잡함
전문가의 입장과 디저트를 만들어 보지 않은 고객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렵게 만들었으니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품에 얼마나 많은 시도와 생각과 가치관이 들어가 있는지를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 그의 배합표를 수차례 꼼꼼하게 읽고 만드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그의 생각에 접근하기 위해 인터뷰 영상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닮고 싶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그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다. 그의 배합표 속의 공정들은 수많은 기술을 요구하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그 고리를 연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경험 속에 없는 기술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구움 과자류처럼 한 가지 반죽을 만들어 구워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만들고 그것을 합치고 냉각하며 장식과 과일 표면의 세밀함까지 표현해야 하는 고급 난이도 제품이다. 그가 말하는 단순함은 고객에게 보이는 제품 외면의 단순함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이 제품을 대하는 태도의 단순함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입안이 화려하고 여러 가지 맛이 나는 디저트에서 벗어나 과일 하나만 생각하는 정확한 가치관의 단순함은 아닐까?
가장 최소한의 단맛
디저트를 무작정 단맛에 먹는 사람은 드물다. 제과에서 설탕을 다른 것으로 대처할 수 있으나 당분이라는 자체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얼마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혀를 데게 할 수도 있고, 혀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냉동이나 건과일, 시럽, 퓌레, 심지어 분말과 색소 등 제과에서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과일이 있다. 과일 특성상 수분과 당분이 많기에 그것을 보안한 과일의 다른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의 레몬 제품은 오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과일 자체의 수분을 최대한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분 자체를 최소화시켰다. 일반 마카롱의 단맛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이 제품의 단맛은 10에 불과하다고 느꼈으니 레몬 본연의 맛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단맛을 어떠한 본연의 맛 때문에 느끼지 못하고 음식으로 비유할 때 감칠맛이 나는 정도가 나는 자연스러운 단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더 단맛을 내는지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디저트의 세계에서 소량의 존재만으로 전체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재료. 제과에서는 그것이 단맛의 주된 목적이고 내가 만들고 싶은 디저트다.
Respecter la nature même du fruit
est la première
condition pour réaliser de
très bons desserts.
과일의 본질을 존중하는 것이 좋은 디저트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누구를 위한 제품명인가?
유학을 다녀온 셰프가 운영하는 제과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이었다. 나는 계산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가 재밌는 상황을 목격했다. 제2 외국어들이 필기체로 현란하게 수기로 적혀있는 제품의 네임택을 보며 고객들이 들어온다. 얼굴을 몇 번 가까이 가져가더니 한 고객이 직원에게 "이게 뭐예요?"라고 물어본다. 그러자 직원이 답변을 해준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고객이 "이거 뭐라고 써 논거예요?"라고 물어본다. 그 이후로 유사한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몇 번이나 반복되니 궁금증이 생겼다. '누구를 위한 네임택인가?' 고객과 소통을 위해 일부러 고객도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로 저렇게 적어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제품명이 심지어 3 단어에서 4 단어가 합쳐진 읽기도 길고 힘든 이름들이다.
셰드릭 셰프의 제품은 다른 것이 없다. 그냥 '노란 레몬'이다. '레몬 마멀레이드와 민트를 초콜릿에 넣은 만드는데 2시간 30분이 걸리는 레몬 디저트'보다 단순해 보이지 않는가? 제품명도 제품의 배합표도 불필요한 것은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 잡아 낼 수 있는 지혜와 안목도 필요하다. 제품명은 모두가 그렇게 부르기 위해 약속한 것이다. 제품명도 제품만큼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명에 들어갈 힘을 조금은 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의 레몬
프랑스는 레몬을 이용한 디저트가 제과점에 한 개씩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눈으로 구경한다. 세드릭의 레몬은 과일 본연의 맛을 살렸기에 마치 레몬을 베어 무는 듯한 신맛을 생각했지만 반전처럼 흥미로운 맛이었다. 우연히 구매한 제품에서 이런 맛이 날 것 같다는 디저트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맛있는 맛이 나면 나는 그것에 강한 흥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재방문이 되고 다른 모험적인 요소를 차단한다. 그리고 단골이 된다. 그의 디저트를 먹어보고 레몬으로 만드는 디저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레몬의 어떤 점을 부각할 것인지 보다 왜 내가 레몬 디저트를 만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릴 수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실현시키고 싶다. 고객에게 설문이나 잠깐의 대화를 통해 내 제품을 느끼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내고 개선점을 찾아낸 뒤 그 이후에 내 제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떠한 방법이든 좋다.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고 풀어내는 것이 준비된다면 '내가 레몬 디저트를 만들었으니 팔려라' 만큼 제과사로써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 제과제빵 인생은 그의 디저트를 접하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 그의 디저트는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고 변화를 주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나는 그 이후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눈을 크게 뜨고 맑은 정신으로 지나가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느낀다. 그것들은 일상의 가치가 되고 미래의 내 제품에 영감을 준다. 제과제빵의 직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개발하고 창조하는 모든 직업의 시작은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에서 주목할만한 가치를 찾아내고 실현시켜 내는 것이다. 누가 과일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설프게 따라 했다면 웃음거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관찰이 상상이 되고 그 상상을 통해 형상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형상화가(디저트를 그린 밑그림, 이렇게 쓰이는 나의 글들, 내가 만들었던 디저트 등)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창조적 발상의 근원은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