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bauche & Inspiration

Cake marbré ( 대리석 무늬 케이크)

by Jane Eyre




어떤 순서로 제품들을 이야기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배합표책은 소설책처럼 앞장부터 차례대로 일어난 순서를 기억하며 읽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더 공부해보고 싶었던 제품과 관심이 가는 제품에 교차점을 두고 그 안에서 부터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또한 이러한 습관이 있었지만 그때는 글로 옮기지 않았고 문제가 생기면 필요에 의해 마주하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 옮기고 있고 이 글은 글씨로 쓰여진 내 미래의 밑그림이다.



매일 리츠의 저녁식사 전후로 오늘 하루 티타임에서 판매되고 남은 제품들이 모두 주방으로 돌아온다. 상태를 확인하고 보통 폐기 되던지 형태에 문제가 없으면 다음날 호텔 직원식당으로 가기 위해 냉장고에 보관 된다. 고객과 마주하는 판매의 수명은 끝난 제품들이다. 내가 돌아온 제품을 정리할때마다 내 옆을 지나가는 동료들 대부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늘 이 케이크 조각을 먹곤 했다. '매일 만드는데 물리지 않을까? '저 초콜릿이 코팅되어있는 제품을 날마다 먹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이 제품을 먹어보기전까지는 그랬다. 감히 나만의 수식어를 붙여보자면 <리츠의 제과사들이 사랑하는 디저트>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리츠에서 좋아하는 제품 순위 3위안에는 항상 들어가는 제품이다.


케이크 마블레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리츠의 무스케이크



두가지 색이 다른 반죽을 사용하여 단면이 마치 대리석의 무늬와 같은 형태를 표현하기 위한 이 케이크는 사실 영국에서 처음 만든 구움과자 파운드 케이크가 모태가 된다. 프랑스에서는 'Quatre-quarts'라고 부른다. 이 파운드케이크에 들어가는 밀가루, 설탕, 계란, 버터 4가지의 재료의 양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지어졌다. 요즘은 4가지 재료만 모두 동일한 양으로 만드는 파운드 케이크는 제과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재료를 넣기도 하고 안에 무늬를 더 현란하게 내기도 하며 다 구워진 제품 위에 다양한 장식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반듯하게 잘라 조각 단위로 포장하여 판매한다.



리츠 제품 / 일반 케이크 마블레 / 파운드 케이크



리츠호텔의 케이크 마블레


저녁근무에서 케이크 마블레를 만드는 날이면 여느날보다 분주하다. 주방 한가운데 작업대는 깨끗이 청소되고 그 위에 반죽을 담아날 케이크 틀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준비한다. 그리고 최소 3 - 4명의 제과사들이 참여하는데 한명이 하얀색 바닐라 반죽을 짜고 지나가면 다른 한명은 어두운 초콜릿 반죽을 짜고 지나간다. 그렇게 몇번을 순환하다가 원하는 무게가 되면 반죽의 위에 버터를 얇게 짜낸다.



말하지 않아도 제품에 그의 생각이 묻어나오게 하는 우리 셰프



제과 반죽에는 만드는 방법이 몇가지 존재한다. 어떤 재료들끼리 먼저 섞어주는 일종의 순서이다. (제법보다 중요한 것은 이 원재료가 왜 먼저 들어가야 하고 어떤 원재료는 왜 나중에 들어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이다) 케이크 마블레는 파운드 케이크의 크림법(버터와 설탕을 먼저 넣고 그리고 계란을 넣고 마지막에 가루를 넣는다)을 따라간다.




내가 리츠의 케이크 마블레를 처음 먹어보고 놀랬던 것은 '생각보다 달지 않다' 였다. 단 맛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많이 달지 않은 디저트를 좋아한다. 설탕으로만 단맛을 낼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탕양을 줄이고 그 부분은 다른 단맛을 내는 원재료를 첨가할수 있다. 맛을 예상하고 만든 제품을 먹어보고 다시 자신만의 배합표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제과제빵사들에게 피해갈수 없는 운명이다. 리츠의 배합표를 자세히 보면 이유 있는 추가적인 재료들이 몇가지 들어간다. 그것은 기존의 파운드 케이크의 퍽퍽한 식감을 보안하고 단맛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적당한 수분함량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리츠의 제품의 배합표가 특이하고 대단할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늘 맛과 형태가 균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un dessert doit créer le desir,
sa gourmandise donne envie d'y revenir.
- Ritz Paris Chef, François Perret -

한개의 디저트는 욕망을 만들고,
그 진미는 여기로 다시 돌아오고 싶게 합니다.




가장 맛있는 순간



따뜻한 바게트가 아닌 진짜 오븐에서 막 나온 바게트를 조금만 가까이서 귀를 기울이면 타닥거리는 장작 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8년이 넘도록 들었지만 나는 주방에서 나는 소리중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고 생각한다. 제빵사들이 흔히 ‘바게트의 노래소리' 라고 하는 노래가 끝날때까지 들을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왜냐면 아직 바게트는 맛있어 질 준비가 안되었다. 이제 방금 오븐에서 구워나온 케이크 마블레를 한조각 후후 불어서 입안에 넣으면 덜익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고 뜨거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에 팥앙금이 들어있는 앙금빵이나 크루아상의 경우는 막 나오면 바로 먹어야 한다. 제과제빵은 마치 인생처럼 때론 기다림이 필요하다.



차가운 냉장고에서 때로는 실온에 반죽과 제품을 놔두면 그 맛이 더 익는다. 설탕과 버터의 양이 많은 일반적인 구움과자 제품들은 하루가 지나면서 그 촉촉함과 진득한 설탕과 버터의 풍미가 더 살아난다. 살짝 차가운 상태에서 구움과자를 먹으면 더 신선하고 깊은 풍미를 느낄수 있다. 리츠의 구움과자들도 기다림속에서 고객에게 제공되고 셰프의 책에서도 그는 이야기 하고 있다. 가장 맛있는 빵과 과자는 온도, 수분, 시간 3박자를 잘 지켰는지에 답이 있다.



파운드 케이크의 아픈 기억



파운드 케이크는 나의 두번째 제과 기능사 품목이었고 두번째 불합격을 안겨준 제품이다. 서울 신길에 위치한 제과 기술학교에서 시험 품목으로 파운드 케이크를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반죽을 담을 틀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오븐에서 나왔을때 제품과 틀이 잘 분리되도록 하기 위해 녹인버터를 바르거나 유산지를 덧대는 작업 등의 전처리) 그래도 구워서 제출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오븐에 넣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서 보니 반죽이 구워지며 균일하게 갈라질수 있도록 버터를 안짰다는 사실이 떠 올랐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연습했던 경험을 살려 당당하게 오븐에서 내 제품을 꺼냈는데 파운드케이크는 화산 처럼 윗면이 다 터졌고 내부는 익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제품의 제일 높은 부분이 푹 내려 앉았다. 참혹한 결과다. 등 번호표를 내려놓고 씩씩 거리며 도구를 챙겨 시험장 밖으로 나왔다. 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기권이였다. 그날 '맛도 없는 파운드 케이크 내 인생에서 다시는 만드는일 있나 봐라', '역시 나는 제과랑 안맞아' 했던 나는 프랑스에서 제과 유학을 하고 있고 케이크 마블레(파운드 케이크)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날 이렇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지난 후회




나의 케이크 마블레



내가 근무했던 제과점을 비롯해 지금의 리츠까지, 나는 그 곳에서 존재하는 제품을 마음껏 먹을수 있는 곳에서 근무했다. 제과사가 자신이 속해있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만들고 참여하는 제품의 맛을 모른다는 것은 나는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맛으로, 어떻게 진열되어 고객과 만나는지도 모르고 주방에서 제품만 열심히 만드는 제과사에게 그 제품들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두번째 회사에서 매일 아침 근무 전에 출근한 모든 제과사들과 전날 남은 제품 중에 일부를 시식했다. 아침 식사를 대신하며 이른 아침 잠을 깨고, 하루의 일정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 목적은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을 시식해보기 위함 이었다. 제품은 우리가 늘 균일하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점검이었고 어제 우리의 빵을 사간 고객이 오늘 아침에 먹을때는 어떻게 느껴질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동일하게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매일 아침 제품을 먹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고객은 테스트를 받는 사람이 아니고 테스트가 된 최상의 결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넣으면 맛있겠지?','이렇게 만들면 특이해 보이지?' 하는 말과 행동은 아무나 하지만 가장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가끔 훌륭한 음식이나 제과제품을 보면 얼마나 고생하고 이 제품에 그 셰프의 철학이 묻어 있는지가 누구에게 듣지 않아도 느껴질때가 있다. 나에게 작은 욕심이 있다면, 내가 나의 동료들 또는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의 케이크 마블레를 만드는날에는 그 제품을 통해 먹는 사람이 내 가치관을 알아주길 바란다. 내가 누군가에게 느꼈던 처럼.









올해로 밀가루와 인연을 맺은지 12년이 되었다. 나는 그날 이후 파운드케이크류를 다시는 먹지도 만들지도 않을 줄 알았다. 혼자만의 불만과 맛을 핑계대며 멀리 하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들어보지 못했고 지식이 부족한 제품들은 피하려 했다. 리츠의 시간을 비롯한 프랑스의 모든 시간이 나를 철저하게 바꾸고 가치관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쓰고 있는 이 글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절대적으로 맛과 모양에만 집중하면 제품의 진짜 가치있는 맛을 상실한다. '그럴것 같다'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이고 이제서야 느끼는 것들에 대해 적는 진솔한 글이다. 내가 좋아하는 리츠의 케이크 마블레를 원 없이 먹을수 있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운 리츠, 그리운 주방, 그리운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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