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leine au miel (꿀 마들렌)
리츠에서 두 달의 저녁 근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마들렌에 Glaçage (단맛이 나는 광택제를 바르거나 부어서 매끈하게 윤기를 내고 더불어 단맛을 증가시킨다) 작업을 맡아서 했다. 다음날 호텔에 입실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기에 매일 만들어야 할 수량은 달랐다. 나는 그때마다 일부러 몇 개씩 더 준비해 아직 굳어지지도 않은 Glaçage 되어 있는 마들렌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그땐 마치 내가 프랑스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주인공 폴이 된 느낌이었다. 그날의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하고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준 마들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랑스를 생각하면 바게트나 크루아상이 제일 먼저 떠오를 수 있는 상징적인 빵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주변 프랑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마들렌 또한 오랜 시간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과자라고 한다. 마들렌은 제과 제품 중에서 구움 과자류에 속하는데 빵과 다르게 발효 없이 오븐에 구워낸 과자를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구움 과자류를 Gâteau de voyage (여행의 과자)라고 부른다. 장기간 여행을 갈 때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맛이 강하지 않아 음료와 매우 잘 어울린다.
마들렌은 프랑스 북동부의 로렌 지역의 코 메르시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적인 조개 모양으로 된 작은 구움 과자다. 뉴욕 스포드 대사 전등에 따르면 마들렌은 19세기부터 빵 과자로 소개 됐으며 해당 사전에는 음식 요리의 이름이 구전되다가 굳어진 것으로 소개한다. 여러 가지 유래가 있지만 18세기 프랑스, 루이 15세 때 '마들렌'이라는 하녀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이 제일 유력하다.
리츠호텔의 마들렌
리츠호텔은 파리의 Madeleine역 근처에 있다. 리츠의 제과 제품 중에 우리가 흔히 아는 모양과 맛의 마들렌 이외에도 무스케이크류의 마들렌이라는 동일 제품이 있다. 마들렌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리츠호텔에서 조금 더 특별한 이유와 리츠에서 밸런타인 제품으로 같은 모양 다른 맛의 마들렌을 해년마다 출시하는 것도 장소와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셰프의 책에 마들렌에 관련된 부분은 그림 한쪽, 레시피 한쪽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리츠에서 참여했고 동료들이 매일 같이 신선하게 구워내는 마들렌의 공정을 다시 생각하고 읽고 또 읽었다.
두 가지 특별한 점을 찾았다. 한 가지는 기본에 너무 충실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오븐의 온도와 시간이다. 세계적인 셰프는 무언가 대단한 배합표가 있을 줄 알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더 비밀스러운 것이 없는지 한참을 뒤젹였다. 기본과 신선한 원재료. 가장 기본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다. 마들렌을 구울 때 내가 굽고 싶은 온도보다 20도를 먼저 높게 예열하고 그 온도에 다다르면 틀에 잘 짜인 마들렌 반죽을 넣고 다시 20도를 낮추는 것이다. 일반 제과점에서 사실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딱딱한 식감을 위해 만들어진 배합과 그것을 구워내는 방식이 아니라면 모든 제과, 특히 구움 과자류는 오븐의 온도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마들렌의 배꼽은 좋은 제품의 상징?
한국에서 10년 전 제과 기능사를 준비할 때 마들렌을 처음 만들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들렌은 배꼽(반죽을 구웠을 때 밑바닥이 되는 부분인 윗면이 볼록 솟아오르는 것)의 여부나 크기에 따라 제과 기능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었던 것 같다. 3번이나 제과 실기 시험의 불합격의 아픔 속에서도 마들렌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 결국 다른 제품으로 제과 기능사를 합격 하기는 했으나 분명한 것은 그 배꼽 때문에 당시의 나에게 쉽지 않은 제품이었고 피하고 싶은 제품이었다.
리츠의 마들렌의 배꼽을 보면 내가 알고 왔고 보던 배꼽의 상식에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일부러 배꼽을 만들어 붙여놓기라도 하거나 일부러 터트린 것인지 실수한 것인지 모르는 한국의 마들렌에 비해 배꼽이 없거나 봉긋하게 적당한 수준이다. 리츠의 굽는 온도에 그 답이 있다. 프랑스의 리츠 호텔의 제과사들은 마들렌의 배꼽을 만들지 못해서 그렇게 하는 것일까? 배꼽을 어떻게 솟아오르게 하는지, 낮게 하는지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으면 배꼽의 존재는 마들렌에게 중요하지 않다. 늘 다양한 환경 속에서 항상 일정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배꼽보다 더 중요하다.
구움 과자, 쉽지만 어려운 제품
언젠가부터 한국의 제과점에서 고객의 입장이 아닌 전문가의 입장으로 진열된 제품을 보며 그 장소를 가만히 느끼면 셰프의 생각이 조금은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제과 유학을 하고 오거나 관심이 있는 셰프들의 매장에는 대부분 마들렌이 있다. 셰프마다 경험과 역량이 다르고 다른 매장과 차별화를 위해서 같은 모양과 같은 이름의 마들렌의 맛과 식감이 천차만별이다. 마들렌은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종류를 다양화시키는 것이 용이한 제품이고 반죽과 구운 뒤에 제품을 장시간 냉동고에 보관이 가능하고 작업성이 편리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애초에 계획에 없이 뒤늦게 다른 유사한 구움 과자류와 제품군에 합류하여 진열장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제빵과 다르게 제과는 한 번의 실수가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로 이어질 때가 많다. 공정과정이 제빵보다 짧아도 일반적으로 제과에 사용되는 원재료가 비싸서 원가 손실의 문제도 크다. 나는 신제품을 테스트할 때 지속적인 문제가 다발적으로 생기면 나는 앞치마와 조리복을 벗고 주방을 벗어났다.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냉정하게 문제점을 적었다. 그리고 서점으로 가서 책을 샀다. 또 생각하고 몇 번을 머릿속으로 만들어 본 뒤에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용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에 무너져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흔들리지 않은 자신만의 제품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마들렌
마들렌을 꼭 조개 모양으로 구워야만 하는 거야? 마들렌을 작은 조각 케이크에 사용할 시트(케이크 안에 뼈대를 잡아주는 푹신한 부분)로 사용하면 안 될까? 조개 모양이 다양한 한데 왜 마들렌 모양은 몇 가지 안될까? 시도해보고 싶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떻게 만드는지에만 집중하는 생각들이다. 왜 내가 그렇게 해야 하는지, 해야만 했는지 내가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 때 그 제품의 가치가 고객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제품을 왜 고객은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생각의 순서가 바뀌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합리화시키기에 바쁘고 남의 목소리에 흔들리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낸 제품의 목적과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다시 한번 나의 마들렌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나에게 마들렌은 어떤 존재일지 모르지만 특별한 마들렌이 될 수 있을 확신이 든다.
고객의 시선을 받기 위해 자극적이고 화려한 디저트나 구움 과자들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평범한 제품은 고객에게 잊힌다고 하지만 마들렌, 바게트, 크루아상 같은 제품들은 오랜 시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프랑스의 상징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평범했기에 질리지 않아서 가능한 것은 아니였을까? 손바닥보다 작은 마들렌이 특별하고 아직도 인기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역사적인 스토리와 맛도 있겠지만 단순해 보이는 제품을 연구하고 수백 번 만들어 보고 실수하며 고객과 마주할 때까지 걸린 특별한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단맛과 화려함 속에서 과하지 않은 맛과 모습. 차나 커피와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하는 마들렌.
나는 생각한다. 한 가지의 특별한 마들렌이 우리의 조각난 기억 속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조각을 맞출 수 있다. 그 순간 아프고 힘들지라도 그 안에서는 나를 마주하며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따뜻한 힘을 줄 수 있는 치료제. 잘 구워진 마들렌 한입을 베어 물었을 때 행복해 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이러한 나와 같은 고객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치료제 같은 또 다른 디저트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