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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옹 Sep 18. 2018

여행수필 34 - 여행의 의미

떠났다 돌아온다, 그리고 한뼘 더 자란다.

심옹의 여행수필 34편


늘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집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우리는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혹자는 물리적으로 떠나는 것만 여행이냐, 정신적으로 떠나는 것도 여행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내게 여행은 집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늘 설레임과 기대,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들.. 그 시간이 얼마가 되든, 본 만큼, 또 들은 만큼 조금씩 조금씩 내 삶이 풍요로워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짐을 느낀다.



가을이 되면 화려하게 물드는 아파트주변의 수많은 나무들과 함께 하는 단풍과 별반다를게 없지만, 낯선 곳에서 보는 조금은 익숙한 풍경이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늘 즐거운 체험이 된다.


이른 아침 떠나는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하루의 시작과 물과 공기가 빚어내는 물안개의 형상 하나도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오듯이, 늘 여행은 나를 놀라게 하는 또한 내 생활을 채워주는 많은 부분 중에서 빠져서는 안될 것이 된 것 같다.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곳을 걸으면서,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다 말고는 어머님은 친구분들하고 여행을 가셨다는데 제대로 잘 돌아다니고 계시는건지, 형님 식구들은 요즘 뭘하고 지내는지, 큰누님하고 여행 한번 한적 없는데 왜 그렇게 우리는 살았는지, 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각자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생각하고 또 반성하기도 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워보기도 한다.



운전을 하며 가다가도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나와 무슨 인연이 있었던가, 나를 아프게 한 사람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이제는 모든 것을 바람처럼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 내게 즐거움과 행복을 준 사람들은 그 모습 그대로 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행복을 또 나눠주고 있을까. 그 모든 인연들을 곱씹어 본다.



내게 있어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는 동안, 그리고 낯선 곳을 돌아보는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하고,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는 시간이며 또한,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마음껏 걸어보고, 이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들이킬 수 있는 그 건강함과 행복함에 고마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때 잠시 밀려오는 허무감은 순간일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연들. 그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과 결심을 또 한아름 안고 돌아간다. 그래서 여행을 멈출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잠시 내가 나에 대해 소홀해 질 때,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인연에 대해 무심해질 때 나는 또다른 낯선 곳으로 떠난다.


심옹의 여행수필 35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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