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또다른 지옥이기도 하다.
살아남아있다는 건 축복일까, 지옥일까.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기방어기제로써 '기억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 기억상실이 가져오는 결과는 참혹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원인을 알면 그에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
이유도 모르는 채, 삶 자체가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 빠지게 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괴롭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 견딜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죄스럽다.
마음이 아프다.
갑작스럽게 일상을 잃는 일들이 이토록 가까운듯 먼 거리에서 벌어지고야 만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살아남은 소수의 삶에 고통을 느껴버린다.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죽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과연 그게 살아 남았다고 해서 살아남은 삶인지.
때론 누군가의 말처럼 간단하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지난 일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거기서 나와."
그러나 그 순간들이 온몸의 세포 속에 깊이 각인 되어있다면?
그런데 기억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면?
그 모든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나 재생되어 새로운 내가 되고
그리하여 결국 나조차도 언젠가는 죽더라도,
그 고통과 공포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새겨져버린다.
또 그 많은 사람들이 지워지지 않는 메시지의 1자를 바라보며
숨통을 쥐어짜는듯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버릴지 모른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심장이 찢기는 듯한 아픔에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삶을 살게 될 지 모른다.
겪어보지도 못한 상황을 떠올리며 그 고통을 대신하지 못했음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떨어뜨릴지 모른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살아남아,
죽은 이를 애도하고, 죽은 이의 삶과 몫을 대신하고,
그리고 언젠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러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찾아 내어 조각을 맞추고,
그 모든 고통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 내어 감정을 토해내고,
그래도 아직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그 모든 고통을 품고,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겠지.
살아남았다는 지옥에서 벗어나
겨우 삶의 지루함을 되찾을 때쯤
무탈하게 아무일없이
무난히 지나간 하루에 감사하며
죽은이들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