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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뒤에 법사

by Noname

이십년전 첫 롤플레잉게임을 했던 내가 선택한 캐릭터의 직업은 전사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의 캐릭터가 전사를 하기에는 물리적인 조건이 부족하다는걸 깨달았다.



힐러나 법사를 하면 게임을 하면서 여유롭게 떠들고 간식을 먹으며 떨군 아이템이나 줍는 경우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아마 내 인생에서 땡보라는 존재를 실감한건 그때였던것 같다.

물론 아주 열심히 광역스킬을 시전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말이다.



그 뒤로 내 꿈은 전사가 아니라 법사였다.


요즘 일을 하다보니 뭔가를 깨달았다.

고객사 담당자 조차 어쩌지 못하는 존재


분명 아닌걸 알지만 일을 못하더라도 우직하게 물리적으로 시간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


그냥 체력전으로 버티고, 누가 손가락질을 해도 무던하게 버티는거다.


우직함이란 그런걸까

어쩌면 나는 약삭바르기만해서

빨리 다 효율적으로 처리해버리고

헬스장에 갈 생각 뿐이니


그렇구나 세상엔, 그냥 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그게 내 역할인것처럼 하다보면 당연히 그 역할이 인정을 받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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