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64 뜻밖의 여유

배터리는 늘 없다

by Noname

세네갈에서 코이카단원으로 있을때

우리를 불러서 따뜻한 밥을 해주신 분이 계시다


단원들에게 홍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시며

늘 다정하게 챙겨주셨다


그러다보니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간간히 연락을 주시곤 하신다


그러던 중 올해 한국으로 들어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꼭 뵈러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기회가 되어 오늘 뵙고 왔다


차를 가져가도 되는데…

고속버스터미널까지가서 표를 끊고보니

30분이나 기다려야했다


30분은 생각보다 빨리 갔다

핸드폰 배터리가 10퍼센트라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윌라를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충전을 어떻게 할지 찾아 헤매였기 때문이다


결국 충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7퍼센트,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한시간, 윌라는 듣지 못하지만

비행기 모드로 두면 도착지에서 연락은 가능한 양이다


늘 이렇게 해왔다

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는것도 참 대단하다

버스에 타고 나니 비가 내렸다


우산없이 배터리 없이

와우 정신은 있는게 다행이다


워치로 심호흡을 오분하고, 정신을 가다듬고나니

차창 밖이 보였다


엄마가 그랬는데

차 에서는 책보고 그러면 눈 나빠지니까

창밖에 구경을 하는 거라고


그래서 창밖을 구경했다

차창에 흐르는 빗줄기가 예뻤다

그리고 그 빗줄기 너머 보이는 풍경이 예뻤다


차를 타고 다닌 이후로 이렇게 온전히 차창밖만을 구경해본지가 언제인지


다시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

뭐 날이야 만들면 되겠지만


글쎄 내 인생에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이 장면을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니

온전히 있었다


오늘 운동하며 스타워즈 첫번째 에피소드를 봤는데

초반부 제다이의 기사 어르신께서

현재에 집중하라고 하는 대사가 나왔다


저녁먹고 커피숍에서 배터리다 완전히 나가기까지

배터리가 없던 덕에 현재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그간 하릴없이 만지작 거리던 휴대전화를 놓으니

뜻밖의 여유


그러고보면 휴대전화 배터리 없다고

비행기모드로 있던 때가 꽤 있었다


어쩌면 그게 좋은지도 모르겠다

(20대엔 폰을 아예 꺼두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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