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41 유예(아직 멀었지?)

당신의 만 나이는...

by Noname

이 브런치에 매일 글이 올라오는 이유는

타이틀 그대로 마흔까지 천일 간의 기록을 남고자 함이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생겼다.

한국나이가 곧 사라진다는 거다.


그렇다. 나는 한국나이로, 곧 마흔이었다.

정확히 오늘을 기준으로 541일이 남아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은 조급했었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해서 흘러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도를 닦는다고 했을 때, 나의 목표는 마흔 전에 깨닫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햄릿이라도 되느냐, 사느냐 죽느냐를 깨닫거나 죽거나를 고민했던 거다.

어차피 어린 시절부터 40살에 죽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딱 1시간만 더 살겠다고 수천번을 다짐했던 삶이었다. 아쉬울 게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선 치열하게 수행해야 했다.

내가 도 닦기를 그만둔 건 내가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던 날이었다.


그다음 날로 바로 세상으로 나왔다.

일상 속에서 수행을 한다며 오만하게 세상과 사람을 관찰하고, 말 그대로 '다뤘다.'


명상도 하지 않게 되었던 어느 날,

그저 나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겠다며 운동만을 하던 그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손에 박힌 굳은살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히죽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던 그날


"아냐, 나는 죽고 싶은 게 아니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야."


출근하던 차 안에서 엄한 핸들을 내려치며 목 놓아 울었더랬다.


간절하게 나를 담고 있는 '이토록 작고 소중한 육체', '나라는 존재'를 심폐소생하기 위해

매 순간을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

평생을 적어도 25년*300일*하루2번을 다짐했던 나의 구업을 끊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


그렇게 간절하게 쌓아가던 마흔에 세상이 갑자기 유예를 준 것이다.


내일모레가 시험일인데 갑자기 이틀이 더 주어진 거다.


현실에서 마감기한을 앞두고

내게 이틀이 더 주어지면 나는 그 이틀을 내 몸과 마음의 휴식기로 쓴다.

그 시간엔 그저 머릿속으로만 복기를 한다.


그래서 요즘 다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것.


조급한 마음이 커지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아니 중요한 것을 놓아버리곤 한다.

그런데 절대 놓아버리지 말라고, 유예기간을 받은 거다.


내가 지금 해야 할 건, 사사로운 다른 것들이 아니라 내 인생을 통틀어 복기하고,

다시 새로운 판을 짜는 거다.


어쨌든 나는 진실로 '알을 깨고 나올 거다.'


그저 사회적 통념 상에서 나의 나이가 줄어든 것뿐인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걸 보면 참 재미가 있다.


제도적 장치가 주는 마흔의 유예, 너무 재미있는 세상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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