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91 잃어버린 일주일

by Noname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한


시간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최대 효과를 내고자하는 노력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 할 순 없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삶에서는 더더욱

노동시간을 포함한 삶의 시간을 잘 운용하는게 최대 과업이 되지 않을까


노동을 재미나 즐거움으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그래서 비극이 초래된다


워라밸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2017년 겨울이었는데


그 단어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이 나의 정체성의 전부였던 그땐 그랬다


일은 즐거움이었고 재미였고, 호기심의 연속이었다

(물론 일요일 오전 8시에 업무지시 문자를 받았을땐 누적된 피로와 그간의 쌓인 감정적 동요가 폭발했지만 말이다. 뭐든 적당히)


일이 즐거워서 일이 하고 싶어서 일이 그리워서

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일이 주는 지적 만족감과 호기심의 충족도가 적당하지 않게 되면서 워라밸을 찾고


나머지 시간에 그 모든 지적 허영을 채워

나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시간이 그토록 귀중해졌고

철저하게 일과 삶을 분리하게 됐다


비극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흔까지 991일 남아있는 오늘,

코로나19 증상으로 일주일이 정말 순삭 되고 나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잃어버린 일주일

내 몸은 나의 모든 세포는

바이러스와 싸웠고,

그 일주일을 아마도 치열하게 보냈을 텐데

내 몸에 경의를 표하진 못할지언정


나의 전두엽은 그간 세웠던 계획과

만들어놓은 근육이 빠진 것을 한탄하며

더더욱 실없는 망상에 빠졌다


하드웨어가 고장나면 소프트웨어따위

구동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점점 회복해가는 나의 하드웨어에게

감사하도록 하자


잃어버린 일주일은 헛된 망상이다


미하엘 엔데의 명작 “끝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시간거지가 여기 있구먼…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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