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92 나는 근본적으로 악인이다

by Noname

코로나 증상이 점점 심해지니

꿈과 현실도 구분 못하고

세상 모든게 날 괴롭히는 적으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안부인사 하나에도


성선설, 성악설 모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악인이 맞다


이런 악한 본성으로 선한 삶을 살고자 하니

삶이 힘겹고 모든 것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걸까


오늘 저녁부터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그동안의 안부인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나니


온몸이 후들거려 이 글을 쓰는데도 손이 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엔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극단값을 제거하고 나면

나는 무난한 사람이 되겠지


코로나19 덕에 마주한 나의 근본적인 악한 마음이

측은해진다


그렇게 세상을 인식하고 사느라고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악마는 자신의 두려움에 저항하다

두려움에 잡아먹힌 채로 세상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안타까운 존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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