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먼저 밥 사달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무엇을 먹든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다
편하지 않은 사람과 동석하는 자체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먼저 밥을 사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경우,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의미에서이다
말하는 입장에선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 수 있지만
내게 있어 밥 먹자라는 말은
돈을 빌려달라는 말만큼이나 무게감이 큰 말이다
밥을 먹는다는 게 우리나라에서 의미가 큰 이유는 전쟁과 같은 수난을 많이 겪으며 가난과 궁핍에 처했던 환경에서 ‘타인의 밥을 챙긴다’라는 행위 자체가 크나큰 배려와 애정이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리소스를 나누는 행위랄까
물질적으로 부족할 게 없는 현대사회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밥 자체 보다도 밥을 먹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교류’의 의미가 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기회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밥 사줄게, 만나자.’라는 말이 결코 가볍게 들릴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주변에 지인 분들과 친구들에게도
쉽게 같이 밥 먹자고 먼저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밥 사주세요.’라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그리고 같이 보내는 시간에 의의를 두는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먹는가 보다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가 너무나 중요해서 조용한 곳에서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상태만 되면 된다
뵙고 싶은 분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전하는 카톡 하나 쉽게 보내지 못하는 나는
참 뭐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타인에게 그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과 충만한 교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더더욱 부단히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