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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452 버려야지

주말 계획

by Noname

며칠 전

기존에 쓰던 아이패드를 동생에게 주기 위해 파일을 지우다가


굿노트에 있던 2020년도부터 축적되어 있던 업무 회의부터 개인정인 일정 파일까지

모든 파일을 실수로 지웠다.


순간 아차했다가 이내 속이 시원했다.


대학생 시절 사진이 없다.

습관적으로 싸이월드를 탈퇴한 덕도 있지만

추억의 사진들을 CD에 구워놨다가 CD 채로 잃어버린 덕이다.


아련한 그리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찾을 이유도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그토록 소중하고 깊은 의미가 있던 것들이

한걸음 떨어져 보니 그 물건이 지닌 의미는 이미 껌의 단맛을 빨아먹듯 생기를 잃었으며

단지 껍데기만이 거기,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나의 몸과 정신을 짓누르는 부채더미처럼 느껴졌다.


집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뭔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장하드에도 클라우드에도 어느 순간부터 정리되지 않은 파일들이 언젠간 열어보겠지 하면서 묵혀둔 것들이 나의 오장육부에 쌓여버린 불필요한 지방덩어리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털어내야지.

버려야지.


퇴색되어 버린 그 모든 것들을 게워내야 한다.


이건 일종의 의식이다. 버릴 수 있겠지?

용기를 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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