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을 시작하다

- 1일 차

by 안녕나무


KakaoTalk_20241210_072928045.jpg


아이 피부병을 낫게 하려다 단식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다섯 살 도 안되었을 때라 직접 하게 할 수가 없어서 내가 해보며 가능한 것만 아이에게 적용시켜 봤었다. 냉온욕이나 풍욕은 아이도 할만했는데 피부가 벌겋게 올라오고 나서 호전되는 게 느껴져서 지속했었다. 내가 단식하니 아이 식단은 저절로 맑아졌다. 아이와 냉온욕하러 목욕탕만 가면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좋다는 피부과를 알려주고 갔다. 소개를 받고 갔던 병원 한 곳에는 늙은 의사가 오십 년쯤 세월이 내려앉아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리 아이를 진료하고는 혀를 차며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몸 쓸 병에 걸렸냐고 했었다. 나으면 되지 싶어 심각했던 적은 없다. 방법을 찾아 해 보고, 안 되는 건 적응해서 살면 되지 싶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피부과에 데려갈 일이 있어 아이가 '건선'이 있다고 하면 이게 무슨 건선이냐며 건선이 어떤 건지 아냐고 호통치는 의사도 만나봤다. 건선에 햇볕을 쐬는 게 좋다 해서 사해바다를 데려가야 하나 알아봤던 적도 있는데, 나는 할 말이 많은데 의사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사는 과거 병력은 말해줘도 몰랐지만 그때 생긴 아이 피부병은 잘 고쳐주었다.


치료 원리가 같다고 해서 찾아갔던 수수팥떡의 아토피캠프에서 알게 된 단식은 나에게 잘 맞았다. 대학 때 단식을 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고 따라 했었는데 24시간이 안되어 그만두었던 적이 있다. 친구를 만나서 커피숍에 앉아 얘기하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 일상이 불가능해서 멈췄다. 수수팥떡(지금은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로 바뀌었다)에선 단식키트를 주었다. 물과 소금만이 아니라 매실청 비슷한 재질의 산야초, 죽염, 변이 잘 나오라고 먹는 상쾌 효소가 키트 안에 들어있었다. 단식 시작 전에 단식하며 일어나는 몸 안의 변화에 대한 강의를 해주었다.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의 작가 최민희 씨가 그 당시 대표여서 직접 강의했는데 본인 아들의 치료과정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단식이라고 했다. 같은 처지라 강의에 집중이 잘 되었다. 단식 중에 실무자들이 매일 전화를 해줘서 몸 상태를 확인해 주었는데 보고하는 내 상태에 따라 소금양을 늘리라 등조언을 해주었다. 5일간 단식이 끝나면 다시 모여 마무리 운동(?)을 하고, 단식보다 중요하다는 보식에 대한 강의를 해주었다.


감식, 단식, 보식하다 보면 보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러면 1년 중에 보름은 몸이 맑아진 거다. 조직에 속해있지 않고 아이들을 주로 키우다 보니 생활리듬을 잡기 쉽지 않다. 계기가 필요할 때마다 단식을 했다. 그러면 단식하고 다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올 때까지 두 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보식에 생채식까지 이어지면 좀 더 길어졌지만 원래 살던 습관대로 결국은 돌아왔다. 다시 진한 소스를 좋아하고, 단거를 좋아하고, 커피를 즐기는 습관으로. 그럼 또 단식할 때가 되었군, 할 때가 왔다.


그 이후로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긴 기간 포도단식을 해보거나 단식 후 탈모가 심했던 후로는 FMD(Fasting Micking Diet)로 변형해서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수수팥떡 단식이 나에겐 기본으로 여겨지는 건 처음 성공한 단식이기도 하지만,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손이 벌벌 떨렸을 때처럼 당장 묻고 싶고, 물어봐야 할 때가 있는데 책을 보고 따라 하다 보면 저자가 이미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 첫 단식에서 손이 떨렸던 것은 혈당이 떨어져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어지럽거나 핑 도는 건 전해질(염분?) 농도가 옅어져서였던 것 같고. 그래서 변형 단식을 하더라도 위 두 가지는 염두에 두면서 하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단식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배고프지 않냐는 거다. 수수팥떡 단식은 배가 고프지 않기도 하고, 단식하다 보면 어떻게 번다하게 음식을 해 먹고 지냈지 싶어 진다. 단식하는 동안은 '먹지 않고 지내는 기쁨'을 누리며 지낼 수 있다. 또 보식하며 다시 새롭게 먹어가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몸의 변화가 마치 아이 처음 이유식을 할 때 같다.


단식을 앞두고 감식하면서 하루치 씩 소금을 소분했다. 옛날 가루약 넣어주었던 것처럼 종이를 늘어놓고 하루 먹을 죽염 3g을 1회 분씩 나눈다. 단식 전 날 5일 치를 이렇게 소 분 해 놓는다. 단식하기 전에 몸 상태에 대해서도 적어 놓는다. '나는 요즘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고, 무릎이 시큰거린다. 2년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몸도 마음도 늘어져 지내고 있다'라고 적었다.


백두대간 종주하면서 단식할 일정은 도저히 나오지 않아 결국 연말까지 미뤄졌다. 여전히 지금도 미뤄야 할 이유는 많다. 아직도 탄핵정국인데 갑자기 뛰어나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주말에 집회는 갈 수 있을까, 송년회는...... 닥치는 대로 해보기로 하고 일단 시작한다. 고작 5일 아닌가. 중간에 언제 그만두어도, 무리가 되지 않을 만한 기간이다. 밥을 불규칙하게 먹으며 일하는 노동자도 있고, 먹을 게 없어 못 먹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먹을 것 넘치는 곳에서 자발적인 단식이다. 걱정보단 내 결심에 대해 응원을 보낸다.


5일 내내 먹을 것 많고, 할 것 많은 바쁜 단식일정이 시작되었다.


KakaoTalk_20241210_072928045_01.jpg
KakaoTalk_20241210_072928045_02.jpg
(왼) 하루에 먹을 소금 3g씩 소분. (오) 3g을 8개로 나눴다. 2시간마다 먹으면 적당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민망함을 아는 나이, 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