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쓰고 또 쓰고.
요즘 내내 미뤄뒀던 은행업무를 한꺼번에 하느라고 개고생 중이다. 급여가 단절되면서, 주거래은행의 메인 통장을 제외하고는 여러 은행의 통장과 모바일뱅킹들은 장기 미사용으로 모두 정지가 되었다.
다들 나는 모든 다 계획하고 철저히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내 인생을 회사일로 생각하기 위해 '어썸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동기를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1년의 미라클'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요소들의 작용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
바로 'Due Date'이다. 물론 '1년의 미라클'을 딱 집어서 특정한 날을 고정했던 것은 아니다. 대신 1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기간보다 실제 연도, 일자를 뚜렷하게 정해놓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여행출발', '시험일'등을 생각해 보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미친 듯이 은행업무를 본다는 것은 내게 'Due date'이 생겼다는 뜻. 게다가 내 것뿐만이 아닌, 녀석들 것까지 처리하려니 보통일이 아니다. 삼둥이들의 은행 예적금, 인터넷 뱅킹 가입, 게다가 은행을 녀석들과 함께 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힘들고, 실제는 생각보다도 더 힘들다.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 두 명의 이름과 서명을 써야 하는 칸이 무지하게 많았고, 그 작업을 3번씩 해야 했다. 게다가 내 통장 처리건도 있으니, 근래 세 곳의 은행을 오가면서 써온 내 이름이 족히 백번은 되는 것 같다. 덕분에 그만큼 자존감이 올라간 것 같기도 하다. ㅎㅎ
Due Date이 정해진 덕분에 시간을 쪼개어 내 목표를 이루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은행업무가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약속시간에 허둥지둥 달려가고, 은행문이 닫히는 일도 생기고, 재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차츰 제한되었던 모바일뱅킹이 풀리고, 유효기간 지난 카드도 발급되었고, 새로운 통장이 생겼다. 어느덧 최고난도 삼둥이의 은행업무 보기 미션이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짝꿍 없이 삼둥이들과 보낸 시간이 3주를 지나 한 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지만, 그래도 잘 참고 건강하게 지내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물론 매일 서로가 치열하게 싸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치열하게 논다. 덕분에 난 지쳐도 지칠 수가 없지만, 반면에 또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얘들아, 남은 기간도 잘해보자.
#책과강연 #백일백장 #1년의미라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