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배우기
중국어 수업 첫날.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개강 첫날은 아이들 상담 일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고, 둘째 날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30분쯤 늦게 도착했습니다. (사실 등교와 이동 시간만 1시간 30분이 걸리기에, 매일 30분 정도 지각할 걸 각오하고 등록했지요.)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자리 잡기가 무섭게 긴 안테나 같은 지시봉이 저를 향해 들이밀어지며 대답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게다가 모든 수업은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진행됐고, 듣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못하던 제게 수업 시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새로운 언어를 시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언어 습득에 재능도 흥미도 없는 저를 돌아보면, 중학교 때 시작한 영어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늘 더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있었고, 고등학교 제2외국어로 접한 불어는 시험만을 위한 급급한 공부로 재미를 느낄 새 없이 끝났습니다. 대학 교양과목으로 선택한 일본어는 학점용으로 수강하는 실력자들 틈에서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참패를 겪고 끝냈죠.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익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중국어는 제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게도 중국어라는 새로운 언어가 찾아왔습니다. 만약 단순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면 중국어는 제 선택에 절대 포함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학습이 아니라 생존이었기에 제 인생에 불쑥 들어온 중국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중국어가 제 인생에 끼어든 거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제가 생존을 위해 매달리고 있는 것이 맞는 표현 같네요.
그렇게 시작한 중국어 수업, 어느덧 중간고사를 2일 앞두고 있습니다. ^^ 중국어 이야기는 내일 또 이어가 볼게요~ 시험은? 늘 그렇듯 열심히 벼락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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