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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08. 2024

야오야오얼싼 (yāo yāo èr sān)

햇볕은 쨍쨍 42도


"아, 뜨거워!"


드디어 집을 나섰습니다. 나오자마자 "아, 뜨거워!"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파트 단지 내 길을 한참 걸어 나가야 택시를 탈 수 있는 북문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걸어가면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내적 갈등이 솟구쳤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이니 일단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쑤저우의 여름 햇볕은 정말 따갑습니다. 높은 습도가 더해져 그야말로 불볕더위 속에 있습니다. 정수리가 타들어 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날씨죠. 한여름에 긴팔, 긴바지를 입고, 얼굴을 완전히 가린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들을 보며 저렇게 다니면 덥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곧 "나도 저런 아이템이 필요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북문에 도착해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택시는 오지 않고, 대신 전화가 걸려옵니다. 순간 휴대폰을 보니, 택시가 우리가 있는 북문이 아닌 서문에 가 있었습니다. 당황해서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다가 끊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다시 걸려오는 전화를 보며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사실 그때는 실시간 통역 기능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놀라운 통역 기능 덕분에 전화를 잘 받고 있답니다.) 타지 못한 택시의 취소 수수료를 내고 다시 택시를 호출한 뒤, 얼마 후 도착한 택시에 올라 근처 몰로 향했습니다.



“야오야오얼싼(yāo yāo èr sān)!”


사실 택시를 타며 가장 두려웠던 건 기사님이 말을 걸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카카오택시를 타면 목적지를 한 번 더 말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때만 해도 가고 있는 목적지의 이름조차 발음하지 못하는 수준이었기에 성조는 물론 병음조차 읽지 못했습니다. 그저 "니하오", "씨에씨에"가 전부였죠. 하지만 다행히도 띠디 앱 시스템에서는 기사님께 전화번호 뒷자리 네 자리만 알려주면 됩니다. 제가 못 알아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목적지를 되물은 기사님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말한마지 안 하는 기사님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택시, 띠디를 타는 것은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해도 탈 수 있다는 사실! 어쨌건 휴대폰에 뜬 차 번호를 확인하고, 맞는 차의 뒷문을 활짝~! 열고 "야오야오얼싼(1123)"을 외치면 끝이었어요!


조수석이 널찍히 있었지만, 괜한 긴장감에 아이들 셋과 함께 택시 뒷자리에 몸을 구겨 넣었습니다.


#1년의미라클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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