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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데이 May 23. 2022

<나의 해방일지> 너의 이름은?

나의 해방일지 14화 리뷰 스포일러 有


지금 나의 해방일지는 과거와 현재를 엄청나게 오가고 있다.  2022년 1월 1일 클럽 엔딩 장면 말고는 시점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아 예상만 할 뿐이다. 구씨와 미정의 재회로 끝난 14화의 엔딩은 행복했으나 조금은 급전개로 느껴졌다. 하지만 산포에 다녀간 다음 날 바로 연락한 것이 아니라 구씨가 산포에 다녀간 뒤 약간 시간이 흐른 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예고를 보면 술병이 그대로인걸 봐서 서울로 돌아와 곧바로 연락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어 보겠다)

13화에서 구씨는 추위를 많이 타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을 떠는 등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사랑하는 미정을 만난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떨지도 않고 멀끔해질 수가 있을까? 이미 한동안 치료를 받은 후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예고에서 '다녀요, 병원'이라는 구씨의 말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러 병원을 다닌다고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신승리 같다구요..? 네 맞아요.. 우리 구씨 건강검진도 제때제때 받고 타고나길 간이 튼튼해서 물리적인 아픔은 아닐 거란 말이에요...



리뷰를 쓰다보니 정말 매 씬을 담고 싶을 정도였지만 최대한 덜어보았다. 13화에서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등장인물들과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14화 에서는 이전화에서 흩뿌리듯 나열되어있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이어나갔다. 14화에서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크게 다루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식사자리에서 그 빈자리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엄마의 유골을 일단 집에서 보관하는 가족. 섬뜩하다는 듯이 오버 액션 하는 회사 동료들. 또다시 피로해진 사람과의 관계.

왜 납골당에 안 모시고.
어디다 두고 와, 엄마를.
무섭지 않아?

엄마가 무섭겠냐고... 아무리 친구보다 우정이 덜한 회사 동료라고 해도 다들 참 입방정이 아쉽다. 그중에서도 유독 과하게 입방정을 조지는 인물이 있었으니,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을 것이다. '너구나? 팀장이랑 바람핀 사원.'

최팀장이 불륜 상대 이름을 미정의 이름으로 저장해놓는 바람에 오해도 받고 흉흉한 소문이 돌고 속이 시끄러운 미정. 구씨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여전히 없는 전화번호이다.


태훈의 딸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여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기정. 그냥 푼수처럼 투명하게 대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애한테 대고 여느 때처럼 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하는데 처음으로 대꾸를 해주는 유림이.


어른들도 슬퍼요? 엄마가 없어지면
내가 너 엄마 해주면 안 돼?


울고 있는 유림이를 보고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급발진해버리는 기정...그리고 거절의 뜻으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유림이.


우리 결혼해요.
그럽시다.


급발진이 이어져서 어쩌다 보니 두 누나가 다 듣는 곳에서 청혼 성공한 기정이... 근데 조태훈씨...너무 든든하다. 현실적으로 딸의 상황도 있고 본인이 당장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머니를 여의고 실의에 빠져있는 여자친구의 결혼하자는 말에 앞뒤 재지 않고 '그럽시다'라고 대답해주는 남자친구...너무 든든한걸...

삼남매 결혼 엔딩 가자구요. I love cliché


근데 누군지 알아?
최팀장이랑 바람피는 여자?
너... 무서워...

끼익 끼익 인형 목 돌아가는 소리 나는 공포영화인 줄 알았잖아... 눈으로 대답하는 미정... '너잖아'

선빵필승

그녀가 진짜 화난 이유에는 물론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해가며 장난질한 것에도 있겠지만 미정 어머니의 장례식장까지 와서 최팀장과 애정질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폭발한 것 같다. 결국 불륜 및 폭행의 건으로 진술하게 되지만 돌아오는 말은 정규직 전환 심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있어 유감이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건 무리이다 라는 대답... 아직까지는 잘못은 다른 인간 둘이 했지만 피해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하 너무 짠해 ....

속상한 마음에 구씨와 함께 갔던 만두집에서 만두를 욱여넣으며 혹시나 구씨가 지나가려나 기다려봐도 그는 오지 않고.

미정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합의금 200만 원이 없어서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키게 되고, 그 이유가 전전남친에게 돈을 뜯겨서라는 것도 들키게 된다. 하지만 소리 내 펑펑 울지도 못하고 서럽게 숨죽여 우는 미정. 왜 엄마도 창희도, 미정이 소리 내 울었다는 것을 듣고 그렇게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끈끈한 남은 가족들


야, 우리 결혼하고 서로 돈으로 엉기지 말자.
아니다, 엉겨라.
생각해보니까 나도 줄 것 같네.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던 가족 여행을 끝으로 시점은 다시 현재로 넘어온다.



아버지는 미정의 전화번호를 구씨에게 내어주며 묻는다.

잘, 사는 거지?


"네." 구자경은 잘 살고 있지 않은데 거짓으로 잘 산다 대답한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숨만 겨우 붙어 걸어 다녀놓고, 잘 산다 대답한다.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처음 보는 구씨의 우는 장면. 개를 잃어버렸다며 펑펑 우는 미정이처럼 구씨 또한 감정에 솔직해지는 모습 같다. 구씨는 왜 울까?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 말한 이유는 뭘까. 그는 본인이 스스로 '이 삶도 괜찮다' 속여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염제호 아버지와의 대화 끝에 정말로 잘 살고 싶어서. 본인에게 힘이 되어줬던 염가네 식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한 슬픔. 힘이 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미정을 건사하려고(지키고자) 미정에게서 멀어졌는데 사실은 미정이 자신을 건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음. 복합적인 감정에 의해 눈물이 났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또다시 바에서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귀가한 구자경 씨. 술병이 늘어져 있다. 당신... 주종을 가리지 않아... 새콤달콤한 칵테일도 먹는구나.

그리고 창틈 새로 비치는 빛을 바라보고 쓰러지듯 눕는다. 털썩. 이때 과거의 구자경은 마치 죽은 것처럼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아닐수도) 자, 이제 어둠에서 빛으로 뚫고 나갈 때이다.



새사람 처럼 멀끔해진 자경씨... 아이폰 11? 12? 디자인이 나왔어요. 미정에게 냅다 전화를 거는 구씨.


여보세요?
오랜만이다. 나 구씨.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내시나? 그동안 해방은 되셨나?
그럴 리가.
추앙해주는 남자는 만나셨나?
그럴 리가.
보자.
안 되는데.
왜?
살쪄서.
한 시간 내로 살 빼고 나와.


다른 전남친이 나한테 몇 년 만에 전화하더니 한 시간 내로 살 빼고 나오라고 갑자기 말을 해? 캬악 퉤

하겠지만 구씨가 그러면...한시간 동안 런닝 뛰고 나가야지; 별 수 있나 ㅎㅎ

배우분들도 실제로 오랜만에 만나서 촬영을 하셨나? 싶을 정도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최종 선택 때처럼 쑥스럽고 반가워 보인다. 덩달아 나대는  입꼬리.

머리 길었네?
잘생기지 않았냐?


뭐야...구씨. 자기 잘생긴 거 알았어..? 당신은 하하 유니버스 주인공 역할에서 탈락되셨습니다.


보고 싶었다. 무진장.
말하고 나니까 진짜 같다.
진짜 무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주물러 터뜨려서
그냥 한입에 먹어버리고 싶었다.
나 이제 추앙 잘하지 않냐?
갑자기 분위기 연애 빠진 로맨스

좋긴 좋은데... 구씨 갑자기 왜 이래요? 구김살이 왜이리 펴졌어? ㅎㅎ


이름이 뭐예요?
구 자 경 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분위기 나는 솔로

구씨가 평소의 구씨 답지 않게 미정에게 애정 표현을 듬뿍 하며 14화는 끝난다. 와, 나는 다음 주쯤 만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오늘 만나더라. 근데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서로 데면데면하지도 않아. 막 애정표현을 아낌없이 해.

그런데 나는 마음 놓고 즐겨지지가 않는 것이다. '...벌써 이럴 리가 없는데..?' 싶은 거다. (새드 엔딩에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그 와중에 예고편 분위기가 살벌하니... 걱정이 되긴 한다. 15화에서도 14화에 살을 더 붙여주는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일단 나는 우리 구씨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 '잘 살고 있는' 상황에서 미정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론 '잘 살고 싶어서' 미정에게 연락한 것일 수도 있다. 예고의 다녀요, 병원도 '저 병원 다녀요' 의 의미가 아니라 '병원 다니세요' 하고 다른 아픈 이에게 하는 말일수도 있다. 15화를 봐야 알 것 같다. 구씨가 삼식이를 집으로 해방시켜 주었듯 신회장도 구씨를 해방시켜주는 15화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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