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다시 이전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아이의 이 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에게 내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해야 하는 말이었다.
타 지역으로 이사는 직장이 이유였다. 그래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우리 부부가 내린 결정이었고, 이 결정은 무조건 옳아야만 했다.
아이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이의 태도를 비난하며 아이의 말을 막기에 급급했다. 아이의 생각 따윈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시해도 좋을 사소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받은 아이의 감정이 아이에게 격한 행동과 말로 아이의 생각을 드러내도록 추동한 모양이다. 내 생각 좀 들어달라는 아이의 울부짖음인 듯했다.
오늘, 점심.
아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 시절을 다시 사는 듯 조잘대고 있었다. 그 어떤 원망도, 울부짖음도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아이와 함께 그 이야기 속을 손을 잡고 함께 흐르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있었을 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
화해.
나는 나와 화해를 했다. 잘못했다는 판단을 멈추고 그 엉켜있는 감정을 풀어헤쳐 골고루 평안하게 놓았을 뿐이다.
이렇게 나는 나와 하나씩 화해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