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가 타고 싶다고 한참 전부터 노래를 불러온 첫째 아이와 이층 버스 투어를 다녀왔다. 이게 말이 쉽지, 반나절이 꼬박 걸리는 근교 대중교통 투어다. 이 번이 네 번째인데, 버스 노선들을 꿰뚷고 있지 않은 데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한 손은 아이 손을 잡고 한 손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오늘도 그렇게 거리에서, 저녁 식사를 포함, 총 5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런데, 도중에 뜬금없이 눈물이 터진 순간이 있었다. 울컥한 감정이 스스로도 황당해서 이게 뭐지? 싶었다. 어찌 된 일이냐면..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차 지점을 잘 선택해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층 버스를 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차하려면 엄청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는데, 기사님은 그럴 시간을 절대로 주지 않으신다. 미리 내려가 있거나 적어도 계단 앞에는 서 있어야 한다. 처음엔 그걸 모르고, 아이의 안전을 위하여 멈추면 일어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와... 그렇게 가차 없이 출발하실 줄이야.... 일어나 보지도 못하고 한 정류장을 놓친 후 안 되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일어나 달리는 버스 안에서 아이와 함께 조금씩 걸었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단단히 잡았고 아이도 나를 잡았다. 차마 계단을 내려갈 수는 없었다. 나 혼자였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갔겠지만, 나에게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 아이를 덜컹이는 계단에서 내려오게 하는 건 시도조차 해선 안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와 아이가 비틀거리며 반 걸음씩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본 몇몇 승객분들께서 나와 함께 아이를 붙잡아 주셨다. 특히 버스가 멈출 때까지 아이를 붙잡아주신 계단 바로 앞자리 남성분의 눈빛은 진심이셨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쓸데없는 상상력이 문제다. 다행히 이번에는 무사했지만, 만약 나 혼자 아이를 지키기 버거운 상황에 처한다면...?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그에 못지않은 불행한 사건 사고들.. 만약 그 한복판에 내가 있다면? 그리고 내가 혼자라면.. 두 아이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 가족도 없이 홀로 두 아이를 보살피는 나를 생판 남 님들은 불쌍히 여겨줄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내어줄까?
고작 이층 버스에서 내렸을 뿐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많이 두려웠었나 보다. 혹시 내가 역할을 충분히 잘하지 못하여 연약한 아이를 다치게 하기라도 할까 봐 극도로 긴장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나는 남편도 있고 양가 부모님도 있다. 그런데 왜 혼자 남겨진 상상을 할까? 이 점이 이상해서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현실적으로 육아와 생활면에서 도움은 받고 있지만, 그 누구와도, 심지어 남편과도 마음이 잘 통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내 감정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혼자라고 느낀다. 그들은 남이거나, 남보다도 못하다. 그래서 고달픈 아들 둘 육아가 기댈 곳 없고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구 하나라도 온전히 내 편이거나, 날 응원해 주거나, 나의 최선을, 나의 힘듦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도 안 그런다. 그래서 힘들고, 많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