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서 Apr 30. 2022

강아지똥

눈물 둑 붕괴

'강아지똥'이라는 유명한 동화가 있다. 이게 요즘  눈물샘을 고장 내어 시도 때도 없이 누수를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울고, 혼자 떠올리면서도 운다. 그러다 얼마  우리 첫째 다니는 유치원에서 부모 모임을 했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환영과 맞이함의 의미로 하필 강아지똥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제목만 들어도 불안이 몰려오더니 주책맞게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8명의 엄마들  나만 울었다. 강아지똥이라는 동요도 있다. "나는 강아지 똥이지만~~" 반복하는 노래를  같이 부르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전에도 이후에도, 강아지똥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눈물이 난다. 강아지똥에게 감정 이입이 너무 된다. 아무래도 스스로 느끼는  자신이 강아지똥인가 보다.

버림받고, 미움받고, 무시당하는 존재, 하지만 희망과 꿈을 품은 존재,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고, 철저히 혼자지만 그 속에 사랑이 가득한 존재, 자신이 녹아 없어져도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음에 감사하는 존재가 강아지똥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고 가슴이 찢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게 진짜 나인가 보다. 어린 시절 받았던 미움과 멸시, 지금도 기댈 곳 없는 마음.. 모두 강아지똥이다.

그래도 강아지똥 덕에 너무 오래 묵혀 놓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눈물과 함께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너무 깊이 감추어놔서 없어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나도 극복하지 못한 상처가 그대로 있는데 모르는 척하고 지냈을 뿐이다. 울어서  일이면  시간이라도 울겠다. 언젠가는 마음속의 돌덩이가 씻겨나가 가볍게 웃을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