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둑 붕괴
'강아지똥'이라는 유명한 동화가 있다. 이게 요즘 내 눈물샘을 고장 내어 시도 때도 없이 누수를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울고, 혼자 떠올리면서도 운다. 그러다 얼마 전 우리 첫째 다니는 유치원에서 부모 모임을 했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환영과 맞이함의 의미로 하필 강아지똥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제목만 들어도 불안이 몰려오더니 주책맞게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8명의 엄마들 중 나만 울었다. 강아지똥이라는 동요도 있다. "나는 강아지 똥이지만~~"을 반복하는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강아지똥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눈물이 난다. 강아지똥에게 감정 이입이 너무 된다. 아무래도 스스로 느끼는 나 자신이 강아지똥인가 보다.
버림받고, 미움받고, 무시당하는 존재, 하지만 희망과 꿈을 품은 존재,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고, 철저히 혼자지만 그 속에 사랑이 가득한 존재, 자신이 녹아 없어져도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음에 감사하는 존재가 강아지똥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고 가슴이 찢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게 진짜 나인가 보다. 어린 시절 받았던 미움과 멸시, 지금도 기댈 곳 없는 마음.. 모두 강아지똥이다.
그래도 강아지똥 덕에 너무 오래 묵혀 놓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눈물과 함께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너무 깊이 감추어놔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나도 극복하지 못한 상처가 그대로 있는데 모르는 척하고 지냈을 뿐이다. 울어서 될 일이면 백 시간이라도 울겠다. 언젠가는 마음속의 돌덩이가 씻겨나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