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

수시지원 6장 중 4장이 날아갔다

by 안방마님

2024년 11월 14일. 딸이 수능을 치렀다.

학교와 집이 멀어서 어느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될까도 큰 관심사였는데

다행히 현재 재학 중인 학교와 아주 가까운 곳으로 배정되어 지리적 낯섦도 없었다.

수능한파도 없었고, 딸의 컨디션도 좋았다.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다.

나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김밥 10줄을 정성스럽게 싸고

배춧국과 과일을 넣어 점심을 준비했다.

김밥을 싸는 날이면 아침은 김밥 꼬투리로 대충 때우기 마련이지만

특별한 날이기에 사골국물에 따뜻한 떡국을 아침으로 내었다.


6시 45분쯤 집에서 출발하여 7시 20분 경 시험장 근처에 내려주었다.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야 하는 위치였지만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정신을 깨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담을 느낄 만한 말은 자제한 채

'수고해, 이따 만나' 한 마디로 딸과 헤어졌다.

그 길로 나는 근처에 사는 큰언니네로 가서 김밥과 국을 전해주고

오래 미루었던 차 수리를 하고 집에 돌아와 설거지며 청소며 집안일을 했다.


제2외국어 시험까지 보고 답안지 체크 등등을 하고 나면 6시가 넘어 밖으로 나온다고 알고 있었지만

집에서 불안하게 있느니 가까이 가서 기다리자 싶어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길을 나섰다.

시험장 가까이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주차를 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6시에 맞춰 시험장으로 향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기에 우산을 든 학부모들이 교문 앞과 길 건너 길에 모여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학생들 나옵니다' 안내가 있었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 일찌감치 나오는 딸을 만났다.

표정은 나쁘지 않다.

'수고했어' 한 마디 건넸다.


도서관 주차장으로 향하며 '어땠어?' 물었는데

딸은 '모르겠어, 하나도 생각이 안 나' 라고 말한다.

'아니 그래도 어렵다, 쉽다 느낌이 있잖아' 하니

'모르겠어' 라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는다.

네가 보고 온 시험에 모르겠다는 답변이라니.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딸은 지웠던 인스타그램을 깔고

그 동안 듣지 않았다는 로제의 아파트를 차 안에서 틀어댔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치킨을 먹고 싶다기에 주문을 하고 딸이 픽업을 해 왔다.

그 사이에 전화를 해 '서울대도 1차 떨어졌어' 소식도 전했다.

면접을 준비했던 서울대, 연대, 고대 전형에서 다 불합격했다.

둘 다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헛헛함에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 치웠다.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는데 딸이 방문 밖에 서서 말한다.

'엄마, 나 최저를 못 맞췄어.'


정시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고

국영수탐 4과목 7등급 이상을 목표로 한 수능이었다.

이상하게 국어 성적이 시원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수학을 잘 하고 영어는 의심이 없었던 성적이었는데 최저를 맞추지 못했다니.

최저를 요구한 학교는 딸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하고

어렵지 않게 진학하려니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최저를 맞추지 못했다니.


딸은 방 앞에 주저앉아 울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결과에 당황한 나도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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