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2)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by 안방마님

2018년 11월 어느 날. 남편이 한국에서 혼자 간암 수술을 받던 날

나는 멀리 캐나다에서 심장의 옥죄임을 느끼며 초각성상태가 된 채로 밤을 지새웠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 그것은 그냥 표현이 아닌 그날 내게 일어난 일이었다.


2025 대수능날 밤에도 똑같은 증상이 찾아왔다.

실망감, 안타까움, 분노 모든 감정이 다 쏟아져나와 삼지창을 들고 내 가슴을 찔러대는 기분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욕심도 과하다 생각할테지만

나와 자매들, 사촌자매들, 조카들

시댁 식구들까지 수월하게 진학한 대학에 나의 딸만 가지 못하게 되었다니

이 장면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것이다.

재력이 있나, 다른 탁월한 재능이 있나,

재주라면 그저 공부를 좀 더 쉽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 밖에 없다 생각했는데

왜 나의 딸만 예외가 되어야 하는 건지.


하늘에 대고 따지고 싶었다.

딸에게서 아빠를 일찍 데려갔으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복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오?

3년 내내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애를 쓰고

여름방학 때부터는 수능최저를 맞추기 위해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앉아서 공부를 했는데

어렵지도 않았다는 수능에서 이렇게 밋밋한 성적으로 고3 생활을 마무리 하게끔

이처럼 이 아이에게 신경을 써 주지 않을 수 있는거요?


이어서 기숙사에 매주 데려다 준 일

학교 근처 학원을 다니기 위해 주말마다 챙겨 먹이고 차를 태워 데려다주고 데려온 일

희망하는 것을 채워주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일

내 자아는 이제 어디로 갔는지 소멸했는지 알 수도 없는 채

이 딸 하나 키우는 것에 매진하며 살아온 그 시간들이 다 되살아나며

내 투자와 애씀이 하나도 보상받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떨칠 수 없었다.


아이 감정에 동화 되었다가

내 억울함, 속상함, 분노에 빠져들었다가

아니지, 엄마가 되어서 애 마음을 헤아려야지 속물같이 이게 뭐냐 추스리다가.

한 사람 속에서 몇 가지 생각이 순서도 없이 뒤섞이며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4장의 원서가 순식간에 꽝이 되어 버린 후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정말 어떻게 하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