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왜?
계속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 4시쯤 까무룩 잠이 들어 2시간 후 깨었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일이란 걸 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었던 하루를 보낸 후 4시쯤,
딸에게 연락해 시내 유명 평양냉면집에 가자고 제안했다.
집에 가서 둘이 우두커니 밥 차려 먹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아직 다 식지 않은 가슴이 평양냉면 육수로 좀 가라앉길 기대했었나.
초겨울의 조금 이른 저녁 시간이라 대기없이 자리를 잡았다.
평양냉면 두 그릇을 놓고 딸은 면만 건져 먹고 나는 국물을 들이켰다.
식사를 마치고 청계천변을 걸으며 말을 꺼냈다.
엄마는 오늘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왜?
엄마가 왜라니?
야, 너가 명문대 못 가서 그런다. 그 동안 들인 돈 아까워서 그런다.
너 그 동안 대체 뭘 했어, 공부를 제대로 한 거야? 어렵지도 않았다는 수능을 왜 너 혼자 못 봤어?
이런 속 마음을 꺼낼 수는 없었다.
딸이 말했다.
그나마 공부 좀 재미있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구나,
난 뭘 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너무 속상하고 우울했어.
그런데 오늘 아침에 친할머니랑 통화하고 나서 좀 나아졌어.
내가 너의 보호자이고 너만큼 속상한 건 난데
1년에 겨우 몇 번 만나는 친할머니랑 통화하고 마음이 나아졌다니.
그러고선 엄마가 왜? 라고 묻는 건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렇게 또 딸과 나 사이를 구분짓는 선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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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의 수시 카드를 쥐고 기다리던 한달 여
이런 입시 제도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던 차
12월 12일 딸은 가고 싶었던 곳에서 최초합 통지를 받아 지금은 예비대학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에 엄마는 내가 밉지 않아? 나는 수능을 못 봐서 내가 너무 미워라고 말하는 딸에게
엄마가 지금까지 너를 수능 잘 보라고 키운 게 아니라고 답했다.
입시 과정 중에 엄마인 나의 민낯을 대면하는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어쨌든 입시 끝.
수능에 자신도 미련도 없으니 반수 같은 소리 하지 않아 다행이다.
너의 청춘을 응원한다.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고 배우렴.